[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예상 못 한 비용 급증" 주식 덮친 어닝 공포

지난 17일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그리고 유통업체 홈디포의 실적은 모두 매우 좋았습니다. JP모건은 "4월 경제활동 지표는 전쟁, 중국 봉쇄 등 여러 글로벌 역풍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2분기를 강력하게 시작했음을 보여준다"라며 "이들 데이터는 재정부양책이 사라지고 미 중앙은행(Fed)의 매파 전환으로 금융여건이 빡빡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수요와 산업생산이 끈질긴 회복력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좀 찝찝했던 게 하나 있었는데 월마트의 1분기 실적이었습니다. 월마트는 매출은 3% 증가해 예상을 웃돌았지만, 주당순이익(EPS)이 1.30달러로 예상(1.48달러)을 크게 밑돌았고 영업마진은 3.8%에 그쳐 3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회사 측은 유가 급등, 인건비 상승, 공급망 불안 등의 요인이 회사 운영에 크게 부담이 됐다고 밝혔습니다.이와 관련, 월가는 18일 아침 발표될 타겟의 실적을 주시했습니다. 과연 월마트의 실적 악화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탓인지, 아니면 단지 월마트가 경영을 잘못해 빚어진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새벽에 발표된 타겟의 1분기 실적은 월마트보다 더 암울했습니다. 타겟의 매출은 3.3% 증가했지만, EPS는 2.19달러로 월가 추정인 3.07달러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금융사 23곳의 추정치 중 가장 낮은 것과 비슷했습니다. 회사 측은 그동안 장기 목표로 최소 8%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제시했었지만, 1분기 영업이익률은 5.3%에 그쳤습니다. 1년 전에는 9.8%였습니다.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비정상적인 경영환경' 탓에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성이 떨어졌다"라며 치솟는 유류비와 물류비, 또 직원 보상비용 등 인플레이션을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타겟은 올해 물류비만 10억 달러가 더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코넬 CEO는 "이러한 비용 압박 중 많은 부분이 단기간에 지속할 것이 분명하다”라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6%로 낮췄습니다. 기존 최소 8% 수준을 크게 떨어뜨린 것입니다.

타겟이 밝힌 이익 감소 원인은 월마트와 같았습니다. 타겟은 또 식음료, 미용 등 필수소비재 수요는 강하지만 TV 등 임의소비재 판매가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고객이 타겟의 자체 상표를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낮은 가격을 찾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마트도 전날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소비자들은 필수적으로 사야 하는 음식물 가격이 크게 오르자, 다른 일반 상품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재고도 대폭 불어났습니다. 재고가 많으면 큰 폭으로 할인해서 팔 수밖에 없습니다.
개장 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순식간에 20% 넘게 폭락했습니다. 그리고 이날 24.9% 떨어친 채 마감됐습니다. 이는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루 하락 폭입니다. 전날 월마트도 11.7% 급락해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었습니다.
월마트는 미국 내 5000개, 타겟은 1931개를 가진 모든 상품을 취급하는 유통 분야 1, 2위 업체입니다. 이 둘 다 공통적 문제(비용 급증)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JP모건의 앤드루 슬리먼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에 저항하고 있다. 이는 더 높은 가격을 내지 못하겠다는 지점에 도달했을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타겟의 실적이 월마트보다 더 황당했다(more dramatic)"라면서 "월마트와 타겟의 실적을 보면 식료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필수소비재에 쓰는 돈이 많아지면서 일반 상품(general merchandise)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식료품보다 일반 상품의 마진이 높다. 이제 기업들은 이런 상품들을 다 팔려면 가격을 할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월마트, 타겟이 문제를 갖고 있다면 다른 유통업체도 그럴 것입니다. 타겟과 함께 실적을 발표한 로우스도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줄어드는 등 실적이 나빴습니다. 이런 추정은 모든 유통업체를 덮쳤습니다. 월마트는 이날 또다시 6% 추가 하락했습니다. 아마존 주가는 7.16%, 베스트바이 주가는 10.5% 넘게 떨어졌습니다. 달러제네럴은 11.1%, 달러트리는 14.4% 하락했습니다. 얼타뷰티 10.8%, 월그린은 8.39% 내렸습니다. 유통업종 전체가 7% 이상 급락했습니다.
코스트코가 시그니처 메뉴인 핫도그 가격(음료 포함)을 1.5달러에서 2.5달러로 무려 67% 올리기로 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코스트코 주가도 12.45%나 폭락했습니다. 유통업계의 최강자 격인 코스트코마저 강한 물가 압력에 굴복했다는 얘기이니까요. 핫도그는 코스트코가 1984년부터 1.5달러를 유지해온 제품입니다. 이는 헛소문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주가 내림세는 이어졌습니다.
오전 9시 30분 타겟 발 폭풍으로 인해 1% 안팎의 내림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브레이크 없이 미끄러졌습니다. 결국, 다우는 1.26%, S&P500 지수는 4.04%, 나스닥은 4.73%나 폭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좋지 않은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켜 내림세를 추가 촉발한 소식도 있었습니다. 닛케이가 " 중국 샤오미, 비보, 오포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봉쇄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해 협력업체들에 다음 분기 주문량을 기존보다 약 20% 축소 지시했다"라는 것입니다. 이는 대장주 애플에 직격탄으로 가했습니다. 애플이 또다시 5% 넘게 떨어졌고, 빅테크 등 다른 기술주들도 덩달아 급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는다고 믿었던 가장 큰 근거는 '강한 소비자'였다. 사실 지금은 애플 실적보다 월마트, 타겟 실적이 더 중요한 때다. 그런데 월마트와 타겟 실적 발표를 보니 그런 믿음이 흔들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주가는 온종일 지속해서 '질서 있게' 내렸습니다. 그리고 S&P500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뿐 아니라 코카콜라 P&G 등 경기 방어 주, 배당주 등도 모두 하락했습니다. 뉴욕생명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시장에 'vwap selling'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매도세가 하루로 그칠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vwap selling'은 주식을 대량 보유한 기관이 이를 처분할 때 주가가 너무 극단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매도량과 시점을 시스템적으로 조정하면서 파는 것을 말합니다. 청산매매인지, 포지션 정리인지 원인은 몰라도 어떤 대형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대거 정리하고 있으므로 하루 만에 매도세가 마무리될 것 같지는 않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내림세가 '질서' 있다 보니 변동성 지수(VIX)는 이날 18.6% 올라 30.96으로 치솟았지만, 두려웠던 하락 폭에 비하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클 때는 VIX 36~40이 단기 바닥인 적이 많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증시가 무섭게 내리다 보니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장 초반 다시 연 3%를 돌파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내림세로 전환했습니다. 금융여건이 급속히 긴축되면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집니다. 게다가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이 했던 얘기들도 투자자들의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하락하는 걸 볼 필요가 있다"라며 "우리는 그것을 볼 때까지 계속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했었습니다. 결국,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7.9bp 내린 2.891%로 거래됐습니다.
위험회피 심리는 회사채 시장을 강타했습니다.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이)는 이날 500bp에 육박했습니다. 위험 수준에 다가서고 있는 것입니다.

유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장 초반 배럴당 115달러까지 치솟았던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112.4달러)보다 3% 떨어진 배럴당 109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이날 나온 경제 지표는 주택 관련 지표가 많았는데, 대부분 좋지 않았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5.5%까지 치솟다 보니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월가 예상보다 더 나빴습니다.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보다 11% 감소했습니다. 4월 신규주택 착공실적은 전월 대비 0.2% 감소했고, 신규주택 착공 허가 건수는 전월보다 3.2% 줄었습니다. 전날 발표됐던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의 5월 주택시장지수도 전월(77)보다 크게 낮아진 69로 집계됐었습니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입니다.
주택 분야가 냉각되면 전체 경기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파이퍼 샌들러의 마이클 캔트로위츠 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 HOPE의 순서로 영향을 받게 된다"라고 설명합니다. H는 주택(housing), O는 신규 주문(order-ISM PMI), P는 기업 이익(Profits), E는 고용(Employment)입니다.
주택 경기는 냉각되고 있고, 최근 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에서의 신규 주문도 지난 4월 53.5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파월 의장이 긴축 전환 방침을 밝힐 때 61.4에서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기업 이익은 괜찮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S&P500 기업의 EPS는 전년 동기보다 9.1%(잠정)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2분기 4.4%, 3분기 10.3%, 4분기 9.8%로 계속 전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올해 ESP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229.22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같은 추정치는 작년 말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팩트셋은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올해 229.22달러, 내년 251.22달러로 EPS가 사상 최고 기록을 계속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들어 S&P500 지수가 급락하면서 주가수익비율(P/E)은 지난 1월 3일 21.4배에서 지난 5월 12일 16.6배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런 밸류에이션 압축의 대부분은 P(Price) 주가 하락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이날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든 건 E(Earning)가 감소할 가능성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기업들의 E가 감소하면 P/E가 전체적으로 흔들립니다. 지금 16배 수준이면 P/E가 많이 내려왔다고 볼 수 있지만, 분모인 E가 감소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만큼 주가가 더 내려가야 16배가 유지될 수 있겠지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고문은 "오늘의 폭락세는 이전까지 이어져 오던 하락장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동안은 금리 인상에 대한 두려움과 금융여건 긴축에 따른 두려움으로 시장이 하락했다. 하지만 오늘 매도는 이제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의 소비 수준과 기업 이익을 잠식함에 따라 성장에 대한 공포(Growth scare), 어닝에 대한 두려움에 관한 것이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캔트로위츠 이코노미스트는 "사실 E 없이는 제대로 된 P/E를 추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은 바닥을 찾는 데는 쓸모가 없다. 우리는 P가 얼마인지는 지금 확실히 알고 있지만, 아무도 E가 오늘내일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 E는 낮아질 가능성이 크므로 P/E는 지금 생각보다 높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월마트와 타겟의 실적을 보고 마침내 투자자들은 EPS 감소를 가격에 책정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주말 경기 침체가 없다는 가정하에 P/E 17배, 기업 EPS도 올해 226달러를 기록한다는 가정하에 4300을 제시했습니다. 만약 경기 침체가 발생한다면 P/E가 15배까지 떨어지면서 지수가 3600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작년부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지적해왔습니다. 마이크 윌슨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월요일 "우리는 P/E가 기본 사례에서 18배, 베어마켓 사례의 경우 17배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최근 P/E는 우리가 제시해온 수준까지 낮아졌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분기 어닝시즌을 보면 △대부분 기업이 EPS 예측을 상회했지만 추정치를 넘어선 폭은 평소보다 줄어들었다 △이익 가이던스를 낮추는 곳이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이 고점을 친 기업도 많았다 △월가의 2분기 EPS 추정치 하향 조정이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부터는 기업 이익이 감소하면서 P/E가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런 이익 감소세를 고려해 주가를 할인한다면 P/E는 14~15배까지 떨어져야 이번 베어마켓의 바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S&P500 지수는 3400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좋은 경제 지표가 나온다면 다시 성장 공포는 줄어들고 시장이 반등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 확실한 건 앞으로도 변동성이 매우 클 것이라는 겁니다. S&P500 지수는 9일 -3.2% 13일 +2.39% 17일 +2.02% 18일 -4.04% 등 요동치고 있습니다. UBS는 "시장에서 가장 좋은 날은 종종 최악의 날과 나란히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UBS글로벌자산관리의 마크 헤펠 CIO는 “투자 심리와 자신감이 여전히 흔들리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3R(금리, 경기 침체, 위험)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불안정한 시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 하락과 지속적 성장에 대한 우리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주요 경제 변수와 채권 시장의 금리 움직임에 따른 추가 주식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우리는 투자자들에게 높은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인상, 변동성 확대 환경에서 더 나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는 가치주, 원자재, 원자재 관련 주, 경기방어주 등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