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과천시장, 전·현직 시장의 '세번째 맞대결'

전 시장 국힘 신계용-현 시장 민주 김종천 2014년 이후 '1승1패'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 활용방안 등이 표심 향배 결정 전망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관문로 정부과천청사 앞 유휴부지 잔디마당.
보도를 따라 가벼운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가운데 잔디마당과 보도 사이 울타리에 내걸린 자물쇠 수백 개가 눈길을 끌었다.

'시민광장 절대사수'라고 적힌 자물쇠들은 정부가 2020년 8월 4일 내놓은 주택공급방안 중 잔디마당을 주택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에 시민들이 반발하며 매달아 놓은 것이다.

정부의 주택공급방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시장이 주민소환투표에 부쳐졌을 만큼 잔디마당은 과천시민의 애정이 깃든 곳이고, 이곳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역 최대 이슈 중 하나이다. 6·1 지방선거 과천시장 선거에 출마해 1대1 맞대결을 하는 국민의힘 신계용 후보와 현 시장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천 후보도 잔디마당 활용 방안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전 시장 출신인 신 후보는 잔디마당을 과천센트럴파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시민을 위한 힐링공원, 음악분수공원 등으로 꾸미고 과천 타워 등 시설물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민소환투표 당시 투표율 미달로 시장직을 유지한 김 후보는 잔디마당 중앙에 2만명 수용이 가능한 아레나급 복합공연장을 세워 공연을 유치하고 국제컨벤션센터로도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복합공연장 양옆은 시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도심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두 후보 이구동성 잔디마당 활용 방안 마련에 시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여러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신 후보는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자치분권 주민자치 2.0 시대 선도, 돌봄 확대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기업 연구·개발 센터 및 기업투자 유치, GTX-C노선 신속 추진, 주암역·문원역 신설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자족경제, 돌봄특별시, 문화예술도시 등 3대 비전을 내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3기 재건축과 관련한 층수, 층고 등 규제 완화 지원, 대학병원과 대형복합쇼핑몰 유치, 정부과천청사역 4중 역세권 추진,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돌봄복지정책 마련 등을 공약했다.

한편, 전·현직 시장인 두 후보는 이번 선거가 세 번째 맞대결이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에서는 신 후보가, 4년 뒤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김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뒀다.

특히 신 후보는 당초 공천에서 배제됐다가 중앙당 재심에서 기사회생, 본선 진출권을 따내며 김 후보의 상대로 대진표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과천시는 전통적으로 보수 색채가 강했지만 최근 선거에서는 진보와 보수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역대 지방선거 과천시장 당선자를 보면 1회 이성환(민주자유당), 3회 여인국(한나라당), 4회 여인국(한나라당), 5회 여인국(한나라당), 6회 신계용(새누리당) 등 보수 계열 시장들이 연이어 당선됐다.

2회 선거 때도 현직 시장이었던 이성환 후보가 당선됐으나, 당시 이 시장은 민선 1기 임기 중 새정치국민회의로 당적을 변경한 상태에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다 7회 선거 때 김종천 현 시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해 승리를 거두면서 진보 진영 지지로 표심이 바뀌었다.

가장 최근 선거인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만1천72표(39.23%)를 얻는 데 그친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3만934표(57.59%)를 얻어 다시 보수가 승리를 가져가 이번 선거 또한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민들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과천을 위한 진정한 일꾼을 뽑겠다는 반응이다.

시민 A씨는 "정부청사 앞 잔디마당은 과천의 허파와도 같은 곳으로 차기 시장은 이곳을 어떻게 지키고 또 활용해나갈지 좋은 방안을 갖고 있어야 하며 이를 실천할 추진력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민 김모 씨는 "과천의 베드타운화를 막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지 없는지가 제일 중요하다"며 "시민으로서 소속 정당을 떠나 능력 있는 시장이 선출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