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충북 괴산군수 "구관이 명관" vs "힘 있는 여당"

공직자 출신 이차영·송인헌 4년만에 리턴매치…부동층 흡수에 사활
이 "지역발전 이을 기회달라", 송 "방향키 바로잡을 새 리더십 필요"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9일 충북 괴산 전통시장 구석에서 한바탕 설전이 벌어졌다.50대 A씨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처럼 지난 4년 무난하게 군정을 이끈 사람을 다시 한번 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선 도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차영(60) 후보를 염두에 둔 말이다.

국민의힘 송인헌(66) 후보를 지지하는 또래 B씨도 이에 지지 않는다.그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군수도 바뀌어야 한다"며 "집권당 소속 정당이 아니면 찬밥 신세가 될 게 뻔하다"고 반론을 폈다.
한 치 물러섬 없는 두 사람의 언쟁만큼이나 이번 괴산군수 선거는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이 후보와 송 후보는 한때 충북도청에서 한솥밥을 먹던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지만, 연거푸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악연'의 주인공이 됐다.부이사관으로 나란히 공직을 마친 둘은 4년 전 군수 선거에서 한 차례 맞붙은 바 있다.

당시 50.78%를 득표한 이 후보가 송 후보(45.8%)를 4.98%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했다.

득표수로 불과 1천168표 차인데, 개표 내내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다가 막판에서야 이 후보가 신승을 거두는 살얼음 승부였다.최근 지역 분위기와 판세를 고려하면 이번 선거 역시 그때 못지않은 접전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이 후보는 행정의 연속성과 일관성을 강조하며 4년 전의 승기를 이어간다는 각오다.
이 후보는 "전례 없이 많은 사업을 시작한 지금 주춤거리다가는 괴산이 도약의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4년의 군정 노하우와 성과를 토대로 오로지 고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송 후보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괴산군을 바로 세울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대선에서 확인한 정권교체 열망이 지방선거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괴산군에서 58.51%를 득표해 이재명 후보(37.93%)를 20%포인트 이상 압도했다.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서 촉발된 예비후보군의 갈등과 이합집산이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앞서 국민의힘은 송 후보를 단수 공천했다.이 과정에서 컷오프된 이준경·정성엽 예비후보는 "공천심사가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며 탈당과 무소속 출마의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고심 끝에 출마를 포기한 이 예비후보는 송 후보를, 정 예비후보는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행보를 달리했다.

두 예비후보는 석 달 넘게 표밭을 다진 터라 지지세를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들의 지지층을 누가,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이번 선거의 향배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지역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복잡한 정치 지형을 고려할 때 차기 군수 선거는 섣불리 우열을 점치기 힘든 상황"이라며 "두 후보 모두 공식 선거운동 기간 부동층의 표심을 얼마나 공략하느냐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