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전자치료제 개발업체, 증시 침체에도 거액 끌어모아

[이우상의 글로벌워치] 3곳 이달에만 5000억원 유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신약벤처기업 3곳이 이달에만 4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에서도 거액을 조달해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야 테라퓨틱스 등 유전자 치료제 개발업체 3곳이 5월에만 총 3억9600만달러(약 5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크리야 테라퓨틱스는 2억7000만달러(시리즈C), 리믹스 테라퓨틱스는 7000만달러(시리즈B), 스완바이오 테라퓨틱스는 5600만달러(시리즈B)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바이오 벤처캐피털 솔라스타벤처스의 윤동민 대표는 “미국 바이오 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 트렌드는 유전자치료제”라고 말했다. 크리야 테라퓨틱스는 2020년 80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1억달러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3년 사이 이 회사가 조달한 금액만 4억5000만달러에 이른다. 크리야는 1형 당뇨병, 2형 당뇨병 및 중증 비만을 포함한 대사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선천적인 1형 당뇨는 물론 만성질환인 2형 당뇨를 정조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가다.

크리야의 'KT-A112'는 1형 및 2형 당뇨 환자들을 위해 인슐린과 글루코키나아제를 생성하는 유전자를 근육주사로 투여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당뇨병 동물모델에서 단 한 번의 주사로 당뇨병을 낫게 하는 결과를 얻었다. 크리야는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로는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하는 데 필요한 바이러스 벡터를 설계하는 플랫폼 기술 ‘SIRVE’가 꼽힌다. 바이러스 벡터의 문제인 면역원성을 줄이고, 표적 장기로 치료용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수정한다. 시리즈B 투자로 7000만달러를 모은 리믹스 테라퓨틱스는 이름처럼 리보핵산(RNA)를 재구성(리믹스)하는 기술로 RNA 발현을 조절한다. 엑손과 인트론으로 구성된 RNA 전사체에서 인트론을 제거하는 ‘스플라이싱’ 과정에 개입하는 방식으로, RNA 발현을 조절하는 합성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질환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 생성되지 못하도록 관련 단백질의 설계도인 RNA 전사체에 간섭하는 것이다. 리믹스는 지난 2월 얀센과 면역학 및 종양학 분야 신약 개발을 위해 최대 10억달러 규모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선수금은 4500만달러였다.
기존 합성신약은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하는 식으로 설계됐다. 리믹스 테라퓨틱스는 합성신약으로 RNA 스플라이싱 단계에 간섭하는 방식으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자료=리믹스 테라퓨틱스.
스완바이오 테라퓨틱스는 AAV를 통해 치료용 유전자를 전달해 중추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AAV9'를 전달체로 이용한 부신척수신경병증(AMN) 치료 후보물질(SBT101)의 전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임상 1·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에도 AAV와 여기에 탑재되는 유전자 치료제(페이로드)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인 아퍼투라 진테라피가 6700만달러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