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가 저점 아냐…20% 더 떨어지면 투자자들 항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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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투자자들의 최후의 보루 역할올해 초에 비해 주가가 20% 빠진 애플의 주가가 아직 저점을 찍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투자자들이 애플을 최후의 보루로 여겨서 매도를 지연시켜서다. 애플 주가마저 급락하면 투자심리가 바닥을 쳐서 ‘무조건 항복(Capitulation)’를 펼쳐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금보다 20% 떨어지면 공황매도 시작"
“애플 무너지면 우리 다 죽어”
18일(현지시간) 다니엘 셰이 심플러트레이딩 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한 건 일반적이고 지속적인 매도세였다”며 “(하락장에서) 중요한 점은 애플 등의 핵심 종목이 텔라닥(Teladaoc)처럼 급락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라고 강조했다.원격의료업체 텔라닥은 미국 성장주를 대표하는 종목이다.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우드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대량매수한 기업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원격진료가 주목받아 주가가 뛰었지만, 경쟁이 심화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자 하루 만에 40% 가까이 떨어졌다.텔레닥에 비하면 애플의 하락세는 양호한 수준이란 설명이다. 애플은 18일 나스닥시장에서 5.64% 하락한 주당 140.82달러에 마감했다. 올해 초 주당 177달러 수준에서 약 26% 떨어졌다. 텔라닥의 주가는 18일 주당 30달러에 장마감했다. 올해 초 주당 91달러에서 67% 하락한 수치다.
셰이 부사장은 “애플이 주식시장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애플이 무너지는 순간 바로 투자자들이 ‘무조건 항복’ 단계로 돌입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보다 애플 주가가 20~30% 더 떨어져야 무조건 항복 단계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무조건 항복은 증시 하락장의 최후의 단계를 가리킨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부정하고 두려워하는 걸 넘어서 수익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기관과 개인 가릴 거 없이 매도에 동참해 ‘공황매도’라고도 불린다. 일반적으로 저점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다. 헐값에 대량 매도한 주식을 매입하는 물량이 급증해 주식시장이 반등한다.
셰이 부사장은 미국 중앙은행(Fed)가 과거처럼 하락세를 막으려 시장에 개입하진 않을 거라고 예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이 금리 인상 기조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Fed는 물가상승률 2%대에 이를 때까지 금리를 높일 계획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에 비해 8.3% 상승하며 예상치(8.1%)를 웃돌았다.
그는 주가가 하락해도 Fed는 달라지지 않을 거라 분석했다.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중앙은행(Fed) 풋’은 없을 거란 설명이다. Fed 풋은 민간 가계 총자산의 30%를 주식이 차지하는 가운데 주가가 급락이 예견되면 경기 침체를 우려해 Fed가 정책적으로 주가를 떠받치는 것을 뜻한다. Fed가 증시 침체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풋옵션(주가가 내려가면 수익이 나는 파생금융상품)’처럼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담긴 말이다.셰이 부사장은 “현재 Fed는 주식 시장을 되살리는 데 관심이 없다”며 “역사적으로 투자자들은 여러 차례 Fed 풋에 의존했지만, 이번에는 기대처럼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공황매도 조짐은 없어
셰이 부사장의 주장을 비롯해 미국 금융권에선 주식 시장이 바닥에 이르지 않았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왔다.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8일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보유 비중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5월 이후 최저수준이다. 경기변동에 민감한 기술주의 비중도 16년만에 가장 적었다.주가 하락이 지속될 거란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안정성이 높은 현금을 보유해 위기에 대응하려는 것. BoA는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관한 우려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락장이 이어졌지만 공황매도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미국 증권거래업체 찰스슈왑의 랜디 프레데릭 이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를 인용해 ‘패닉 셀(공황매도)’이 이뤄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낮다고 예측했다. 투자심리가 공황에 이르려면 VIX지수가 45를 넘겨야 한다.
프레데릭 이사는 “올들어 낙폭이 컸을 때에도 VIX는 35에 불과했다”며 “지금은 시장에 뛰어들어 손에 잡히는 대로 주식을 마구 사들일 때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 매매가 아니라 장기간 보유하기를 원하는 우량주를 저가에 아주 적은 규모로 골라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