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앞에서 울었으니 '눈물값' 5만원"…美의 황당 진료비

지난 1월 검진 도중 눈물 흘려
의사가 '정신건강 진단' 명목으로 40달러 청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의사가 진료 중 눈물을 흘린 환자에게 ‘행동·감정 검사’를 명목으로 ‘눈물값’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카밀 존슨(25)은 자신의 여동생이 과잉진료를 받았다고 트위터에 폭로했다. 그는 “건강 악화로 걱정하던 여동생이 주치의 앞에서 울었다”며 “눈물 흘리는 걸 본 의사가 ‘단기 감정평가(Brief Emotional assessment)’를 명목으로 40달러(약 5만원)을 추가 청구했다”고 말했다. 희귀병을 앓던 존슨의 여동생은 지난 1월 의사 내방진료를 요청했다. 그는 진료 당일 의사가 여동생에게 시력테스트(20달러) 및 헤모글로빈 테스트(15달러), 모세혈관 검사(30달러), 종합 건강검진(350달러) 등을 시행하고 해당 항목에 관한 비용을 청구했다고 했다.

존슨은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검진이 모두 끝나자 감정이 격해진 여동생이 울음을 터트렸고, 의사는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며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는데 다른 테스트들보다 비싼 감정평가 비용을 추가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카밀 존슨(25)이 문제를 제기한 진료비 청구서. 여동생이 진료를 받던 중 눈물을 보이자 의사가 '단기 감정 진단'을 명목으로 40달러를 청구했다. 카밀존슨 트위터 캡처
지난해에도 미국에서 의사가 이 항목을 활용해 진료비를 과잉 청구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11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피부과 의사에게 점 제거 수술을 받던 중 눈물을 흘린 여성에게도 같은 항목으로 11달러가 청구됐다. 단기 감정·행동 검사는 미국 표준의료행위코드(CPT)에 등록된 항목(코드번호 96127)이다. 의사가 재량에 따라 환자의 정신건강을 진단하는 의료행위로 인정받은 것. 주로 우울증, 불안장애, 약물 남용자,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앓는 환자들을 진단하고 표준 진료비에 기입해 청구한다. 2015년부터는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가 시행되자 보험사에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존슨의 사례가 알려진 뒤 미국 의사들의 횡포에 공감한 미국 환자들이 SNS에 자신의 경험을 적어 올리기 시작했다. 존슨의 트윗에 45만여명이 공감을 표시했고, 5만여명이 리트윗했다. 미국의 핀볼플레이어 로라 커그리오타는 “지난해 6월 종양제거 수술을 받는 중 의사가 ‘여성전용 서비스’를 받을 지 물어봤다”며 “수술에 정신이 없어 동의했는데 간단한 임신 테스트였다. 나중에 받아 본 진료비 청구서에는 1902달러(약 242만원)가 적혀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료 정보 비대칭과 진료비 불안감에 미국 환자들이 진료를 미루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카이저가족재단이 지난해 시행한 의료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1%가 의료비에 부담을 느껴 치료가 필요해도 1년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은 의료비용이 부담돼 처방약을 구매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반 가정에서는 진료비(46%)가 주유비(30%), 주택담보대출 이자비용(30%) 등 보다 큰 스트레스를 준다고 답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