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는 '작은 지구'…인류의 꿈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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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1955년 디즈니랜드라는 테마파크(theme park)가 세계 최초로 발명됐다. 단순히 놀이기구를 모아놓은 기존의 놀이공원(amusement park)과는 다른 공간이었다. 디즈니랜드는 지금까지도 미국인의 꿈과 미래를 테마로 한 ‘환상의 나라’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1981년 그의 저서 《시뮬라시옹》에서 디즈니랜드가 가상의 이미지인 ‘시뮬라르크’로 채워진 ‘시뮬라시옹’이라고 설명했다.
테마파크-놀이공원은 천지차이
놀이공원 주인공은 '놀이기구'
테마파크에선 주제 전달 수단
'뭘 타는가' 보단 '뭘 느끼는가'
보드리야르는 틀렸다. 테마파크의 67년 역사는 단순히 테마파크가 가상공간에 그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1982년 기술 혁신을 주제로 세워진 디즈니 테마파크 ‘엡콧(EPCOT)’이 기술을 향한 인류의 꿈을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미국 어린이들은 엡콧에서 우주인의 꿈을 키웠고, 영화를 테마로 한 유니버설스튜디오에서 문화 콘텐츠 제작자의 미래를 그렸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인 마틴 에버하드가 테슬라 이름을 떠올린 것도 디즈니랜드에서 데이트하던 중이었다.
놀이공원과 테마파크는 다르다
한국에서 테마파크가 처음 등장한 건 1989년 개장한 롯데월드다. 앞서 에버랜드의 전신인 용인자연농원이 1976년 문을 열었지만, 테마파크보다는 놀이기구·식물원·동물원 등을 합쳐놓은 놀이공원에 가까웠다.놀이공원은 놀이기구가 중심이다. 한국에서 놀이동산을 찾는 사람들이 ‘뭘 탈지’에 유난히 집중하는 이유다.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와 공간은 모두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뭘 타는지보다는 뭘 느끼는지가 더 중요한 공간이다.롯데월드는 개장 당시부터 ‘작은 지구마을’을 테마로 계획된 공간이었다.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을 반영한 테마였다. 높은 실내 천장을 한 바퀴 도는 풍선 모양의 놀이기구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운행 중인 것도 ‘세계 여행’이라는 테마 덕분이다.
레고랜드·롯데월드 부산 ‘오픈런’ 왜
30년 넘도록 새로운 대형 테마파크가 전무했던 한국 놀이공원 시장에 최근 막강한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지난 5일 레고랜드가 강원 춘천에 개장했다. 레고랜드는 블록 장난감인 레고(Lego)를 주제로 한 테마파크다. 방에 앉아 손과 눈으로 갖고 놀던 장난감을 넓은 공간에서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앞서 3월 말 부산 기장엔 롯데월드도 새로 개장했다. 테마파크를 표방했지만 놀이공원에 가깝다는 평가다. 레고랜드 개장과 함께 수도권에서는 ‘에버랜드-롯데월드-서울랜드-레고랜드’로 이어지는 4파전이 벌어질 양상이다.국내 놀이공원이 산업적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선 테마파크로의 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테마파크는 방문객의 충성도가 높고, 캐릭터 등 고유 지식재산권(IP)에 대한 소비가 뚜렷하다. 한마디로 만들긴 어렵지만 성공하면 돈이 더 된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