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TV 여성 앵커 얼굴도 가려라"…통제 수위 높인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전신을 가린 부르카 차림의 여성들이 모여 있다. /사진=로이터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앞세워 사회를 통제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 탈레반이 TV 여성 진행자의 얼굴을 가리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19일(현지시간) 아프간 톨로뉴스는 트위터를 통해 당국이 새로운 지시를 통해 모든 TV 채널의 여성 앵커들에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얼굴을 가리도록 요구했다고 전했다.

톨로뉴스에 따르면 탈레반 정부 권선징악부는 이 지시가 최종 결정이며,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권선징악부는 이슬람 질서 구축을 위해 '도덕 경찰' 노릇을 하는 정부 조직이다.

그동안 아프간 TV 여성 진행자 대부분은 머리와 목 등만 가리는 스카프를 착용하고 방송에 참여해 왔다.

한 TV 프로듀서는 dp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지시는 여성 진행자의 눈만 보이게 하라는 의미"라면서 "우리 영상 매체의 모든 여성 직원에게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7일 여성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얼굴 모두 가리는 의상 착용을 의무화한 바 있다.

당시 탈레반 최고 지도자 히바툴라 아쿤드자다는 "샤리아에 따라 매우 연로하거나 어리지 않은 여성은 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려야 한다"면서 "바깥에 중요한 일이 없다면 여성은 집에 머무르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이슬람권에는 여성의 머리나 몸을 가리는 여러 전통 의상이 있다. 이 가운데 눈 부위만 망사로 뚫린 채 얼굴 등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와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니캅'이 대표적이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