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아모레 투자…뷰티 MCN '디밀'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안정락의 스타트업 탐방]

뷰티 제품 전시한 VIP룸 마련
옥상 테라스 빈백에 앉아 '힐링'
강남 빌딩숲과는 다른 평화로움
디밀 제공
오늘은 좀 특별한 스타트업 사무실을 소개할까 합니다. 뷰티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업계를 이끌고 있는 디밀(DMIL·디퍼런트밀리언즈) 본사입니다. 디밀은 '다르다'는 뜻의 디퍼런트(different)와 수백만의 사람을 의미하는 밀리언즈(millions)를 결합한 말입니다. ‘기존과는 다른 수많은 사람들’. 개성 강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을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디밀이 유튜버 등 1인 크리에이터들을 연결해 광고와 커머스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사명과 잘 연결이 되는 듯합니다.
디밀 제공
디밀은 지하철 압구정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바로 근처입니다. (정확한 주소는 강남구 논현로161길 47) '디밀 테라스빌딩'이란 이름이 붙은 건물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 각 층별로 테라스가 있어서 이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꽤 멋지죠?
지금 디밀 본사를 가보면 이 사진과 비슷한 느낌일 거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제 사진 실력이 떨어지는 이유이기도 할 테지만) 전깃줄이 멋진 건물 외관을 조금 가리고 있더군요. 그래도 강남역 인근이나 테헤란로 빌딩들에 자리잡은 다른 스타트업 사무실보다는 훨씬 정감 가는 건물이었습니다. 주변도 매우 조용하고요. (그동안 탐방 기사를 썼던 오늘의집, 에이블리, 당근마켓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디밀 제공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디밀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Make sure, We build community’라는 슬로건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은 커뮤니티 구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네요.1층에는 회사 직원 전체(현재 60명)가 함께할 수 있는 메인 홀이 있습니다. 계단식 좌석이 갖춰져 있고, 65인치 TV 3개를 길게 이은 사이니지를 통해 회사의 프로젝트 영상 등을 틀어 두고 있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로비 바깥 풍경도 참 평화롭죠? 저 앞 녹색 잔디는 신구초등학교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면서 업무를 하는 것도 독특한 경험일 듯하네요. 참고로 오른쪽 뒷모습의 저 남자분이 이헌주 디밀 대표입니다. 설정 샷 아니고,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좋아 보여 제가 몰래 촬영을...^^(이해해 주세요. 대표님~)

디밀은 사무실 내 향기도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규장’과 ‘마린오키드’라는 향수를 통해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는데요. 규장은 규장각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짙은 고동색 책장과 오래된 서적들이 가득 찬 서재를 연상시키는 향이고, 마린오키드는 서핑보드에서 느끼는 바다의 청량함이 느껴지는 향이라고 합니다.음악은 직원들이 창의적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파리 패션쇼 등의 런웨이 음악을 틀어 둔다고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1층 로비에는 조직 문화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디밀 명예의 전당’도 있는데요. 디밀의 철학인 '이타적 이기주의' 문화를 응원하고 독려하기 위해 ‘델퍼(Delper)’를 선정해 시상한다고 합니다. 델퍼는 디밀(Dmil)과 도우미(helper)를 결합한 단어입니다.

이달의 델퍼에게는 트로피와 상금을 주고, 피규어를 만들어 이렇게 ‘명예의 전당’에 올린다고 하네요. 지금까지 총 10명의 팀원이 델퍼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여기, 매우 독특해 보이죠? '디밀 셀렉트숍'란 이름을 붙인 특별한 공간입니다. 개인적으로 옥상 테라스(좀 뒤에 소개할게요)와 함께 가장 좋아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일종의 VIP룸인데요. 디밀에서 자체 제작하거나 인수한 뷰티 브랜드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디밀 제공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디밀 제공
VIP룸은 ‘디밀의 소중한 것들이 담겨있는 금고’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곧고 높은 철문에 손잡이도 금고처럼 만들었죠.

이 공간을 직접 설계했다는 김정근 디밀 이사는 "회사의 포인트 컬러인 퍼플 색상의 벨벳 소재 커튼과 중앙의 네온 조명으로 은은한 느낌을 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건물 지하 1층에는 스튜디오가 있더군요. 크리에이터가 콘텐츠 촬영 및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상품 촬영 등을 하기도 한다고 하고요.

여기서부터는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 공간입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2층은 ‘We make success as a team’(우리는 팀으로 성공을 이뤄낸다)는 슬로건 아래 조직 문화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3층은 성장에 대한 집중을 강조합니다. 스타트업답게 'Speed is better than perfect plan'(속도는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는 슬로건이 새겨져 있습니다.

4층은 'Trying new one is the power'(새로운 시도가 힘이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각 층에는 이런 테라스 공간이 있어서 머리를 식힐 수 있게 해놓은 것도 좋아 보이더군요.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5층은 회의 공간인데요. 두 곳의 미팅룸과 라운지로 구성돼 있습니다. 회의실 두 곳은 각각 Debate(논쟁)과 MILestone(이정표)란 이름을 붙였는데 앞 글자를 따면 ‘DMIL(디밀)’이 됩니다.

아래 이곳이 (앞서 소개했던) VIP룸과 함께 가장 맘에 들었던 '옥상 테라스'입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평화로워 보이시죠? 이곳 루프탑에서는 무려 남산타워와 롯데월드타워까지 보입니다. 파라솔을 포함한 테이블 의자와 컬러풀한 '빈백'도 아기자기합니다.

때로는 인조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거나 캐주얼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움과 자유를 만끽하되 책임도 잊지 말라는 메시지(Freedom always be with responsibility)를 새겨놨습니다. 책임에 기반한 자율은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강조하는 철학이기도 하죠.

디밀 사무실은 확실히 강남 빌딩 숲 사이에 있는 스타트업과는 달랐습니다. 세련되고 감각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 무엇보다 주변 풍경의 평화로움이 좋더군요. 일하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 테라스에만 나오면 바로 '힐링'이 될 거 같았습니다.

디밀은 어떤 회사?


디밀은 국내 뷰티 MCN 업계의 대표 기업입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뉴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와 함께 광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로레알그룹 아모레퍼시픽 등의 브랜드와도 협업하고요.

최근에는 크리에이터 광고 사업을 넘어 '커머스 플랫폼'으로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뷰티 분야의 전문성을 살려 지난해 10월에는 뷰티 커머스 플랫폼 ‘밀리언즈’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투자도 적잖이 받았는데요. 2020년 11월 현대홈쇼핑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했습니다. (요즘엔 이처럼 시리즈A 투자도 100억원이 훌쩍 넘기도 합니다.) 투자를 받은 뒤에는 ‘바디버든프로젝트(BBP)’ 등의 뷰티 브랜드 업체도 인수했습니다.

매출은 지난해 연결 기준 173억원입니다. 디밀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2022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성장 5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이헌주 디밀 대표. 디밀 제공
이분이 앞서 뒷모습만 보였던 이헌주 디밀 대표입니다. 이 대표는 독특하게 ‘목사님’이 되기를 꿈꾸며 신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로 신학 유학을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목회자는 자신의 길이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교육 사업도 해봤고, 패션과 뷰티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고요. 이후 자연스레 뷰티 업계에 관심이 생겼고, 크리에이터와 교류하기 시작하면서 디밀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이타적 이기주의'를 강조합니다. 디밀이라는 회사를 통해 각각의 직원들이 성공할 수 있길 바라고, 그러한 성공을 위해서는 동료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합니다.

디밀은 그래서 '몰입'과 '휴식'을 권장합니다. 열심히 일하고 깔끔하게 퇴근하는 '주 35시간' 근무제.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고 업무 본질에 집중해 일하자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고 하네요.직원들을 위해 최신형 업무 장비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다양한 활동(세미나, 교육비, 스터디 참석비 등)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 사내 도서관을 운영하며 업무 관련 도서 구매는 무제한 가능하다고 합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