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한국판 웜비어 판결…법원 "北, 한국전쟁 납북 피해자 유족에 배상"

한국전쟁 납북 피해자 유족들이 북한 정권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러나 실제 배상금 판결이 이뤄지긴 힘들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정현석 부장판사)는 20일 북한과 김 위원장이 납북 피해자 유족 12명에게 1인당 최대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변 "한국전쟁 납북 피해자 배상하라"...소송 제기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한국전쟁 70주년인 2020년 6월 25일 납북 피해자들을 대리해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로 인권을 침해받았다며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초대 감찰위원장인 정인보 선생,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고(故) 손기정이 우승했을 때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운 이길용 기자, 국내 '1호 변호사'인 홍재기 변호사, 김윤찬 판사 등의 유족이다.

한변은 소송을 제기할 당시 "전쟁 이후에도 북한이 납북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납북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절하면서 계속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北 묵묵부답에...재판부 "배상 책임있다" 판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북한과 김 위원장은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으나 법원은 공시 송달로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리고 이날 판결을 선고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이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할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다만 아직까지 판결문이 등록되지 않아 배상 판결을 내린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 상태다.


이어지는 한국판 웜비어 판결...실제 배상금 지급은 글쎄

북한에 대한 배상 판결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의 '웜비어 판결'이다. 오토 윔비어는 미국의 버지니아 대학교 학생으로, 2015년말 북한에 여행을 갔다. 이후 미국으로 복귀 직전,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체제 선전물을 가져갔다는 죄목으로 17개월 간 억류됐다.

웜비어씨는 억류되는 동안 고문으로 인해 뇌 손상을 입었고, 결국 혼수상태로 미국에 송환됐다. 이후 가족의 동의 하에 연명치료를 중단하며 송환된 지 6일만에 사망했다.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왼쪽) / 사진=연합뉴스
웜비어씨의 부모는 2017년 10월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북한 정부에 고문과 살해의 책임을 물어 5억113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웜비어씨의 부모는 지난해 3월 북한과 북한 은행을 상대로 배상을 이행하라고 요구했지만, 북한 측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 뉴욕 연방판사는 올해 1월 자국 내 압류된 북한 정부의 돈 24만300달러(당시 2억8572만원)을 웜비어 부모 등에 지급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2018년 결정된 막대한 배상액 중 지금까지 웜비어 부모에게 얼마나 배상이 이뤄졌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도 앞서 비슷한 판결이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북한군 포로가 된 한모 씨와 노모 씨도 북한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 2020년 7월 1심에서 승소했다. 다만 배상금을 받진 못했다.두 사람은 북한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 대한 추심 명령을 받아냈지만, 이후 경문협이 낸 항고가 인정돼 추심이 무산됐다. 이번 판결 역시 실제 배상금 판결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