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까지 미리 써뒀다…처마 날아오르는 절 짓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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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분황사 도편수 박철수 씨"다시 지으라면 못 지을 거 같습니다. 그만큼 사력을 다했어요."
더위에 새도 떨어지는 인도에서
팬데믹 와중 2년간 한국식 사찰 지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식 사찰 분황사를 짓고 있는 도편수 박철수 씨(67)는 대웅전 준공식을 하루 앞둔 20일 오전(현지시각) 이 같이 말했다.분황사는 대한불교조계종이 '불교 발상지' 인도에 건립한 첫 한국 전통양식 사찰이다.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마하보디 대탑에서 약 400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 외에도 2층짜리 수행관, 현지 주민을 위한 보건소 등이 지어지는 중이다. 한국 불교 세계화와 국제 사회공헌 활동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1일 대웅전 준공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박씨는 분황사를 짓기 위해 2020년 10월 인도 부다가야에 도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그는 "인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했고, 한낮이면 기온이 48~49도까지 오르는 땡볕에서 작업을 이어가야 했다"며 "오죽하면 유서까지 미리 써놓고 일했다"고 했다. 2년간 그는 체중이 15kg 빠졌다고 했다. 최근 인도 현지 언론은 폭염 탓에 날아가던 새들이 탈진해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보도하기도 했다.
우기가 있는 낯선 기후도 변수였다. 여름에 비가 쏟아지면 성인 남성 키 이상으로 물이 들어찼다. 습기는 나무 기둥을 뒤틀리게 했고 남인도의 거센 벌레들은 목재를 갉아먹었다. 결국 목재 대신 기둥은 물론 추녀, 서까래, 공포 등을 전부 콘크리트로 짓기로 했다. 우기에도 굳건한 지반을 위해 바다 위에 다리를 놓을 때 쓰는 '잠함공법'을 활용했다.박씨는 "한옥을 콘크리트로, 한옥을 전혀 모르는 인도 기술자들과 지어야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며 "오로지 부처님 집을 지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임했다"고 했다. 불교 신도인 박씨는 건설회사 사장 출신으로, 한옥 건축 경력은 올해로 약 20년이다.
그가 대웅전을 지으며 가장 고심한 부분은 처마. "흔히 '처마의 허리 곡선을 보면 도편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한옥에서 중요한 부분이죠. 저는 분황사 대웅전에 비상하는 처마를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정면에서 보면 학이 날아가는 것 같죠. 가장 아름다운 한옥의 모습을 이곳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제가 설계한 대웅전이 한국, 인도 불자들이 수행하시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부다가야=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