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임원 '지분 50%이상' 강화 법안, 왜 나왔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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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리즘‘1만분의 1.’
'1만분의 1지분' 위원장 선출
외부인사 '초빙' 편법 증여도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전용면적 76㎡에 거주하는 주민 A씨가 보유한 지분율이다. 2020년 가족으로부터 증여받아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비율이다.A씨는 지난 4월 이 단지의 재건축추진위원장에 뽑혔다. 1979년 준공된 이 단지는 강남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재건축추진위가 설립됐고 안전진단까지 통과했지만 조합 설립 인가는 받지 못한 상태다. 정비계획안을 수립해 여러 차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심의 단계에서 멈춰 있다. A씨는 연내 조합 설립 인가를 공약으로 내걸고 단독 출마해 추진위원장에 당선됐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조합 임원의 지분율 규정을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데는 A씨 사례처럼 소수의 지분으로 조합집행부를 맡을 경우 향후 조합 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단지를 지역구로 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지분의 100분의 50 이상을 5년 이상 소유한 자에게만 조합 혹은 추진위 임원 자격을 부여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내놨다. 현행법은 조합 혹은 추진위 임원 선출일을 기준으로 최근 3년 동안 거주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소유권을 5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누구나 임원으로 입후보할 수 있다. 소유자의 지분율 규정은 따로 없다.
A씨는 2015년에 입주해 7년째 거주하고 있어 현행법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극히 낮은 지분율로 정비사업장을 이끄는 임원의 자격을 주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며 “임원이 될 수 있는 문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재건축 관련 소송에 휘말리면서 재판상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가족에게 부탁해 이 아파트의 지분율을 증여받은 것일 뿐”이라며 “법적 요건을 훨씬 넘겨 7년째 실거주하고 있는 엄연한 주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조합 설립 전까지 지분율을 50% 이상 확보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강동구 B단지는 조합 협상을 대표하는 자문위원이 6분의 1 지분율로 참여하고 있다. 강남 C단지는 재건축 경험이 많은 외부인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추진위가 지분 일부를 증여하는 편법을 동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은 “소량의 지분율로 외부에서 들어와 조합 임원에게 출마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민원이 적지 않아 법안을 발의했다”며 “상임위 법안심사 과정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더 심도 있게 살피겠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