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독서는 취미 아닌 일…'지식의 영토' 공략하듯 읽어라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안희경 지음
김영사
304쪽│1만6500원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나요?”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이 있나요?” “전 지구적 재난 앞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최재천의 공부》는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안희경 재미 저널리스트와 지난 10여 년 동안에 ‘배움과 앎’에 관해 묻고 답한 내용을 정리한 대담집이다. 대학 입시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법이 아니라 사는 길을 찾고 배우기 위한 공부법을 안내한다.최 교수가 전하는 공부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바닥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인간과 사회와 자연을 알아가려는 노력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기 위한 분투이기도 하다.

공부에 끌려가지 않고 공부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시간을 잘 계획하는 일. 특히 일에 휘둘리지 않고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리 한다’를 습관화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하버드대 유학 시절 1주일 전에 리포트를 끝내는 친구들을 보며 이를 삶의 방법으로 실천해왔다. 1주일 전에 끝내 놓고 1주일 내내 100번쯤 고치면 질이 좋아지고 돌발 변수가 생겨도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방법으로 이것저것 다 찔러 보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 자체도 큰 수확이라는 얘기다. 결국 공부는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하는 것보다 다양한 분야를 넓게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충고한다.그는 독서할 때는 취미로 하지 말고 치밀하게 기획해야 하는 ‘일’로 접근하라고 말한다.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 나가다 보면 새로운 분야를 배울 때 수월하게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미래 전략을 계획하거나 사회 문제의 해결점을 찾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은 교육 문제로 귀결된다고 말한다. 부모 세대와 생각과 행동이 근본적으로 다른, 자식 세대에게 걸맞은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