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업계 '비명'에 현장 달려간 정부…"일감절벽 없게 연내 발주"

한경 보도 후 긴급 간담회

신한울 3·4호기 조기 착공
원전업계 일감 만들기 '총력'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앞줄 가운데)이 20일 경남 창원 귀곡동에 있는 원전 기자재 제작업체인 두산에너빌리티 공장을 방문해 이 회사 정연인 사장(오른쪽)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박 차관은 이날 신한울 3·4호기의 주기기(원자로, 터빈발전기) 제작현장을 둘러보고 원전 업체들과 간담회를 했다. /산업부 제공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20일 경남 창원에 간 건 원전 부품사들의 다급한 사정을 직접 듣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산업부의 ‘2025년 신한울 3·4호기 착공’ 방치에 “새 정부도 원전 현장을 모른다”는 비판이 나오자 취임(5월 13일) 1주일 만에 첫 현장 방문지로 원전 부품업계를 찾은 것이다. 산업부는 신한울 3·4호 착공을 앞당기고 수출 확대에 나서는 등 ‘원전 일감절벽’ 문제를 풀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원전업계에 전했다.

“인력 유지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

원전업체들은 이날 산업부와의 간담회에서 ‘일감절벽’ 문제가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신고리 5·6호기 관련 일감이 2년여 전에 거의 다 소진됐고 이후 원전업계에선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는 곳이 많았다.
‘원전 일감절벽’을 보도한 본지 5월 18일자 A1면.
업계는 원전 부품사들이 일감이 없어 고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신한울 3·4호기 일감을 조기 발주해야 한다는 의견을 산업부에 전했다. 현장 인력과 기술자들을 붙잡기 위해선 원전업체에 대한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는 호소도 곳곳에서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원전업체 관계자는 “이미 기술자들이 현장을 많이 떠난 상태”라며 “원전 생태계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부는 가동 중인 원전 24기를 활용해 “보릿고개를 넘을 일감을 끌어모아 연내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프나 원자로 관련 부품 등 소모품 발주를 통해 원전 업체들이 일감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신규 원전에 들어갈 예비 부품을 미리 발주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가능한 분야를 총망라해 원전 일감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박 차관은 “원전정책은 현장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늘 나온 업계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기 착공 방안은

정부는 원전 건설 관련 기준과 절차를 준수하면서 행정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할 방침이다. 우선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서류를 미리 마무리해 행정절차상 공백을 없앨 계획이다. 또 신한울 3·4호기는 2016년에 이미 한 차례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만큼 이번 환경영향평가 기간은 1년6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는 원전업계의 주장도 적극 고려할 방침이다. 과거 제출한 자료와 신한울 3·4호기 사업 부지 바로 옆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사후환경영향조사 자료도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부와 협의하고 있다.

다만 현행 법령과 규정을 바꾸는 무리수는 두지 않을 방침이다. 환경영향평가법 32조 ‘변경사항이 경미한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 규정을 지키는 선에서 착공 시점을 당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도 추진

산업부는 원전 수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 국내 원전업계도 자연스럽게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를 위해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꾸리기로 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계획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해외 수주가 풀리면 일감 절벽 해소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와 함께 원전 가동률 상향, 노후 원전 수명 연장도 추진하고 있다.

이지훈/김소현/창원=김해연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