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준안 '47일 롤러코스터'…바이든 방한 날 '멈췄다'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 무난 관측은 잠시…김앤장 고문료 논란에 '휘청'
한동훈 임명강행에 野 강경론 득세…우여곡절 끝 기사회생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47일간의 어지러운 롤러코스터 운행 끝에 극적으로 멈춰섰다.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이 20일 '한덕수 인준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임명동의안은 속전속결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한 후보자의 '운명'은 부침을 거듭했다.

절대다수 의석을 쥔 민주당이 키를 쥔 상황에서 인사청문 정국이 요동칠 때마다 거취 문제가 협상 카드로 거론되는 등 '풍전등화' 신세였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었던 지난달 3일, 총리 후보자로 그를 지명했을 때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무난하다는 평가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호남 출신에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총리라는 타이틀은 초대 총리 후보자에 대대적 검증을 벼르던 민주당으로서도 무작정 각을 세우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청문특위가 꾸려지고 본격 검증이 시작되면서 기류가 급변했다. 특히 '김앤장 고문료 20억원' 논란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공직과 김앤장을 여러 번 오간 것을 두고는 전관예우 논란마저 불거졌고, 화가인 부인의 신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민주당 인청특위는 그를 '부적격' 후보자로 규정하는 한편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며 정부·여당과 정면 대치했다. 그러자 당 지도부도 인준안 통과에 '보류' 입장을 내걸었고 강경파는 더 나아가 '낙마 강행' 요구까지 들고나왔다.

이런 가운데 한 후보자가 평소 친분이 있던 민주당 중진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하며 고군분투하는 한편, 일부 온건파들도 인준안 부결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상황은 잠시 소강상태를 맞은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윤 대통령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이 다시 화약고가 됐다.

이는 민주당 내 한덕수 인준안 불씨에 기름을 부으면서 강경파는 물론 일부 온건파까지 낙마 기류에 휩싸였다.

지도부는 한덕수 인준안을 다른 인사 문제와 연동하지 않고 있다고 거듭 공언했으나, 내부에서는 한동훈 임명을 철회할 경우 한덕수 인준안은 통과시키자는 말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위해 '버리는 카드'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들어야 했다.
본회의 부결이라는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한덕수 인준은 그러나 결국 실리를 택한 민주당의 전략적 판단하에 기사회생했다.

민주당은 낙마를 강행할 경우 지방선거판에 불 역풍을 우려해 급히 회군, 의원총회에서 '인준안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날은 마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날이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낸 지 열흘 만에 후보자 '꼬리표'를 떼고 초대 국무총리로 한미정상회담 무대에 서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