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연결이 만드는 시너지

마케팅 신간 서적 저자 기고
■ 「마케터의 생활력」, 저자 최병호
출처 : pixabay.com
생각이라는 속성은 온전히 나의 머릿속 세계 안에서 작용하고 변화한다. 그러다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 생각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게 된다. 특히 그 생각이 꽤 괜찮다고 여겨지면 더욱 붙들게 된다.그런데 생각은 일종의 닻과 같아서 그 지점을 오래 머물다 보면 주변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진다.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놓은 생각의 세계가 탄탄할수록 빠져 나오기는 쉽지 않다. 어느새 생각의 소용돌이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아이디어는 깊이에서도 나오지만 넓이에서도 나오기도 한다. 때론 전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곳에서 아이디어 모티브가 시작되기도 한다. 전혀 무관할 것만 같은 영역에서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거나 서로 관련이 없는 이질적인 것들이 상호 연결되기도 한다.

바야흐로 세상에 있는 무수하고도 다양한 존재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가 화두가 되는 시대다.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영역과 지점들이 물꼬를 트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아이디어가 된다. 전혀 다른 이종의 것이 조우하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시너지가 폭발한다.결국 이런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기존의 것들을 섞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기도 하고, 기존에 있었던 생각을 새로운 생각과 결합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훌륭한 아이디어는 창조라기 보다 영민한 차용과 연결에 가깝다고 보기도 한다.

도처에 산재된 정보와 소스, 인프라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잘 융합할 것인가가 아이디어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했던 것들의 경계를 과감히 허물고 생각과 생각이 어우러지는 중심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기술자가 마케터가 되고, 의사가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건 비단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다양한 종횡의 크로스오버가 펼쳐지며 산업 간의 거침없는 넘나들기가 가능해졌다.근래 마케팅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밈(meme)은 초연결의 세상이 보여주는 낯선 연결의 대표적 예다.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나 행동 양식, 유행이 끊임없이 만나 복제, 재가공된다.

불특정의 사용자가 상호 텍스트성을 기반으로 기존의 것들이 재창조의 릴레이를 펼친다. 즉, 온라인 상의 익명의 사람들이 구전의 매개로서, 다양한 문화를 창출하는 촉매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망망대해와 같은 무한한 시대에 나만의 울타리를 긋는 것만이 방도는 아닐 것 같다. 한 껏 치켜 올린 가드를 낮추고 눈 앞에 쏟아지는 이질의 파도에 과감히 휩쓸려 보는 건 어쩔지.미지의 세계는 한없이 낯설지만, 그 낯선 두려움이 생경한 새로움으로 치환될 수도 있다. 낯선 것들이 뒤섞이는 한복판에 과감히 몸을 던지는 모험가들의 세상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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