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에 무려 19만원…'서민 대표 술' 막걸리 고급화 추세

선물용 등으로 인기…"서민 술 이미지와 안 맞아" 목소리도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한 주류 매장을 찾았다가 막걸리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수도권에 있는 한 양조장에서 제조했다는 도수 15도의 A 막걸리 한 병(500mL) 가격이 19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보통 막걸리 가격의 대략 30배가 넘는 가격이다.

요즘 대형 마트 주류 판매대를 가면 한 병에 몇만원씩 하는 막걸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막걸리가 동네 마트 등에서 1천∼2천원대인 것을 생각하면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라도에 있는 다른 양조장의 도수 18도 B 막걸리(900mL)도 출고가가 11만원이다.

올해 1월 출시될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막걸리'라는 이름표가 붙어 막걸리 애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A 막걸리를 비롯해 B 막걸리처럼 최근 프리미엄(고급) 전통주가 인기를 끌면서 고가의 막걸리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런 비싼 막걸리는 주로 손님 접대용이나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막걸리 제조 업계에서는 고가의 막걸리의 경우 누룩 등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데다가 전통 방식으로 제조하다 보니 긴 숙성 기간 등으로 한정된 수량만을 생산,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A 막걸리의 경우 누룩이 가장 좋은 상태인 5월과 10월 연간 두 번 나오는 쌀가루 누룩만으로 빚다 보니 출고량이 한 달에 100병, 일 년에 1천200병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양조장 측은 밝혔다. 인공 감미료 없이 유기농 찹쌀, 멥쌀만 들어가고. 술을 빚기 시작해 병에 담겨 판매되기까지 8개월이나 걸리는 것도 시중 막걸리와 다른 점이라고 덧붙였다.

B 막걸리 양조장 관계자 역시 "막걸리 한 병을 만들려면 발효,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판매 수량이 한정돼있어 명절, 연말 등을 앞두고 예약 주문만 받는다"며 "어버이날이 낀 이번 달에도 예약 주문을 받았는데 꽤 많은 분으로부터 주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동안 막걸리가 언제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서민의 술'이었는데 10만원이 훨씬 넘는 고가 제품이 잇따라 판매되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A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 대표는 21일 "막걸리는 아무래도 대중적인 술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술 제조 방법이나 누룩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다면 10만원대를 지급해야 하는 막걸리 가격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드카만 보더라도 만 원대에 불과한 저렴한 상품부터 억대가 넘는 최상급 제품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돼있는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도 넓히는 측면이 있다"며 "해외 시장 확대를 고려한다면 막걸리도 다양한 가격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