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시수석·대기업 임원·박선영 남편…尹 '그림자 보좌'한 이 사람 [김인엽의 대통령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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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노무현·이명박 이어 尹 부름 받아
尹, 바이든에 "미스터킴이 세번 다 통역"
정상회담 통역 맡으며 '플레잉코치' 역할
외교관 아버지 둔 외무고시 수석 합격자
SK 임원 활동하며 최태원 북미 사업 도와
배우자 박선영과 7년 연애 끝 2010년 결혼


의전비서관이 대통령의 통역까지 직접 맡는 모습은 이례적입니다. 의전비서관은 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의 모든 이벤트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석자 명단을 조율하고, 대통령 동선을 관리하고, 이벤트에 필요한 음악과 공연도 기획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김 비서관이 직접 통역을 맡은 것은 스포츠 경기로 비유하자면 감독이 직접 선수로 뛰는 '플레잉 코치' 역할을 맡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 비서관은 왜 직접 통역까지 맡았을까요.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 비서관을 워낙 편안해하고 통역 능력도 출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부터 외신 공보담당 보좌역을 맡아 곁을 지켰습니다. 김 비서관은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살아 윤 대통령과 '이웃 주민'이기도 합니다. 김 비서관의 통역 능력은 그의 이력에서 증명됩니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의 김 비서관은 1999년 33회 외무고시에 합격했습니다. 당시 외무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한 두 명이 모두 외교관 아버지를 둬서 화제가 됐는데요, 김 비서관은 김세택 전 오사카 총영사의 아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외국을 많이 다녀 유창한 영어 실력은 물론이고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 실력도 갖췄다고 합니다.
이후 김 비서관은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서기관, 행정관을 맡았고 주이라크 대사관 행정관, 지역공공외교담당관을 거쳐 북미국 북미2과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임했습니다. 외교부 내에서는 북미국 등 한미관계를 주로 다루는 '워싱턴 스쿨'로 알려졌습니다.
김 후보가 말했듯 김 비서관은 민간 기업에서 글로벌 감각을 갖추기도 했습니다. 2019년 외교부에서 공직생활을 마치고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을 맡은 것입니다.
당시 SK는 미국 제약회사 엠팩(AMPAC)을 인수한 데 이어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에 1조원을 투자하는 등 북미지역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미국 정관계 사이를 연결하는 데 중요 역할을 했다는 게 재계의 평가입니다.
결혼 당시 박 씨는 김 비서관에 대해 "소탈하고 털털하며 매사에 똑 부러지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2012년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편이 나를 토끼라고 부른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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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