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1년전과 비교해보니…'판문점·싱가포르' 빠지고 '인·태'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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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비핵화' 표현 그대로…對中 메시지 늘고 北 인권 강경해져
'공급망' 2번→11번…경제안보·가상화폐·외환시장 언급 첫 등장 한미정상의 공동성명에서 1년 만에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선언'이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는 두 선언이 포함됐지만 정확히 1년이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채택한 성명에는 빠진 것이다.
대신 대북정책 목표로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대북정책의 목표는 지난해도 올해도 똑같이 담겼다.
이 밖에도 올해 선언에는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이 대거 늘고 북한 인권에 대한 기류가 더 강경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감지됐다. 여기에 '공급망', '경제안보' 등 경제·교역 관련 표현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외환시장'·가상화폐'라는 표현은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 '판문점·싱가포르 선언' 빠져…연합훈련·확장억제전략협의체 포함
작년과 올해 정상회담 성명에는 한미 양국의 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의 핵 위협을 함께 억제하겠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있다.
하지만 2018년 판문점 선언, 북미 정상회담 후 발표한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북한 관련 과거 합의는 언급되지 않았다. 작년 성명에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합의들이었던 만큼 굳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성명에 포함될 이유가 없어졌다는 셈이다.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지향점은 올해 성명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뤄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문장이 실렸다.
올해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북핵 억제를 위한 전략의 경우 올해 더욱 구체화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작년 성명에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두 정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해 이 내용은 "(두 정상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했다",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등의 표현으로 진전됐다.
또 작년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반면, 올해는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명시됐다.
북한 인권에 대한 메시지가 한결 엄격해졌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던 지난해 성명 문구와 비교하면 직설적이다. ◇ 對중국 메시지 늘며 '인도·태평양' 9번 등장…'공급망 동맹' 2차례→11차례
올해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가 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경제 구상으로 알려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 가운데, 이날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이 9번 나왔다.
지난해 5번 이 표현이 쓰인 것보다 훌쩍 비중이 커진 셈이다.
IPEF 구상은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만큼, 이번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다만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공급망'이라는 단어도 지난해 두 차례에서 올해 11차례로 등장 횟수가 크게 늘었다.
미국과 한국이 원자재와 기술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안보'라는 말은 작년 성명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올해 두 차례 언급됐다.
'외환시장 동향 긴밀 협의' 문구가 공동성명에 반영된 것을 두고도 대통령실은 "아마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최초로 등장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대외 정책 중 하나였던 '신남방정책'은 올해 성명에서 빠졌다. ◇ "가상화폐·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한미 협력"
양국의 사이버 보안 관련 협력 의지도 구체화됐다.
특히 올해 성명에는 '가상화폐' 언급이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한미 정상은 "사이버 적대세력 억지, 핵심 기반 시설의 사이버 보안, 사이버 범죄 및 이와 관련한 자금세탁 대응,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보호, 역량 강화, 사이버 훈련, 정보 공유, 군 당국 간 사이버 협력 및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타 국제안보 현안에 관한 협력을 포함하여, 지역 및 국제 사이버 정책에 관한 한미 간 협력을 지속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보안'의 분야를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작년 성명에서는 "법 집행, 사이버 안보, 공중보건, 녹색 회복 증진과 관련한 역내 공조를 확대", "사이버, 우주 등 여타 영역에서 협력을 심화" 등 간단히 언급된 것과 대조된다.
작년 한미 정상 공동 성명의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해 약 7천700자였다. 올해 성명은 8천700자로 분량이 다소 길어졌다.
/연합뉴스
'공급망' 2번→11번…경제안보·가상화폐·외환시장 언급 첫 등장 한미정상의 공동성명에서 1년 만에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선언'이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는 두 선언이 포함됐지만 정확히 1년이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채택한 성명에는 빠진 것이다.
대신 대북정책 목표로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대북정책의 목표는 지난해도 올해도 똑같이 담겼다.
이 밖에도 올해 선언에는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이 대거 늘고 북한 인권에 대한 기류가 더 강경해지는 등 많은 변화가 감지됐다. 여기에 '공급망', '경제안보' 등 경제·교역 관련 표현이 눈에 띄게 많아졌고, '외환시장'·가상화폐'라는 표현은 처음 등장하기도 했다.
◇ '판문점·싱가포르 선언' 빠져…연합훈련·확장억제전략협의체 포함
작년과 올해 정상회담 성명에는 한미 양국의 동맹을 강조하고 북한의 핵 위협을 함께 억제하겠다는 내용이 공통으로 들어있다.
하지만 2018년 판문점 선언, 북미 정상회담 후 발표한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북한 관련 과거 합의는 언급되지 않았다. 작년 성명에는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도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목이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다.
문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합의들이었던 만큼 굳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성명에 포함될 이유가 없어졌다는 셈이다. 대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지향점은 올해 성명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해 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동의 약속과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뤄나가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했다"는 문장이 실렸다.
올해는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북핵 억제를 위한 전략의 경우 올해 더욱 구체화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작년 성명에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두 정상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해 이 내용은 "(두 정상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한국 방어와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한 상호 공약을 재확인했다", "가장 빠른 시일 내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등의 표현으로 진전됐다.
또 작년에는 한미연합훈련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반면, 올해는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명시됐다.
북한 인권에 대한 메시지가 한결 엄격해졌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던 지난해 성명 문구와 비교하면 직설적이다. ◇ 對중국 메시지 늘며 '인도·태평양' 9번 등장…'공급망 동맹' 2차례→11차례
올해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가 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경제 구상으로 알려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핵심 의제로 다뤄진 가운데, 이날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이 9번 나왔다.
지난해 5번 이 표현이 쓰인 것보다 훌쩍 비중이 커진 셈이다.
IPEF 구상은 지난해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발표한 만큼, 이번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다만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및 번영의 핵심 요소로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표현이 담겼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공급망'이라는 단어도 지난해 두 차례에서 올해 11차례로 등장 횟수가 크게 늘었다.
미국과 한국이 원자재와 기술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안보'라는 말은 작년 성명에는 들어가지 않았고 올해 두 차례 언급됐다.
'외환시장 동향 긴밀 협의' 문구가 공동성명에 반영된 것을 두고도 대통령실은 "아마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최초로 등장한 것 아닌가 싶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대외 정책 중 하나였던 '신남방정책'은 올해 성명에서 빠졌다. ◇ "가상화폐·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한미 협력"
양국의 사이버 보안 관련 협력 의지도 구체화됐다.
특히 올해 성명에는 '가상화폐' 언급이 들어간 것이 눈에 띈다.
한미 정상은 "사이버 적대세력 억지, 핵심 기반 시설의 사이버 보안, 사이버 범죄 및 이와 관련한 자금세탁 대응, 가상화폐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보호, 역량 강화, 사이버 훈련, 정보 공유, 군 당국 간 사이버 협력 및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타 국제안보 현안에 관한 협력을 포함하여, 지역 및 국제 사이버 정책에 관한 한미 간 협력을 지속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보안'의 분야를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작년 성명에서는 "법 집행, 사이버 안보, 공중보건, 녹색 회복 증진과 관련한 역내 공조를 확대", "사이버, 우주 등 여타 영역에서 협력을 심화" 등 간단히 언급된 것과 대조된다.
작년 한미 정상 공동 성명의 분량은 띄어쓰기를 포함해 약 7천700자였다. 올해 성명은 8천700자로 분량이 다소 길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