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파는 회사 아니었어?"…시몬스의 '파격' 통했다
입력
수정
시몬스 안정호 대표1980년대만 해도 해외 TV 드라마나 영화를 녹화한 테이프를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 보는 일이 흔했다. 1971년생인 안정호 시몬스 대표도 유년 시절 비디오 대여점을 자주 드나들었다. 다만 그의 관심은 드라마와 영화가 아니라 TV 광고에 온통 쏠려 있었다. 만화영화의 앞뒤, 중간 구간에 녹화된 일본과 미국의 TV 광고는 색감이 풍부하고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단조롭고 직설적이던 국내 광고와는 사뭇 달랐다.
"남들 따라 하는 건 질색…광고는 '각인'돼야"
마케팅에 진심인 CEO, 침대 없는 TV광고 등
"침대社 대표 아니었다면 광고기획자됐을 것"
'젊은인재'로 MZ 공략 "촌스러워선 안 된다"
지난 20일 경기 이천시 시몬스 테라스에서 만난 안 대표는 마케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안 대표는 1998년 시몬스에 입사해 2001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현지 침대회사의 TV 광고를 녹화해 국내 침대회사에 참고하라고 보낼 정도로 마케팅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시몬스가 최근 4년간 ‘침대 없는 TV 광고’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선보인 데도 “마케팅만큼은 진심”이라는 안 대표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그는 2017년 선보인 시몬스 TV 광고 배경음악으로 영국의 신인 일렉트로닉 듀오였던 ‘혼네’의 ‘Warm on a Cold Night’를 직접 선정했다. 지난해 하품을 활용해 침대 없이도 숙면의 중요성을 강조한 TV 광고 역시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안 대표 스스로 “남들이 하는 스타일은 따라 하지 않는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늘 새로움을 찾는 성격 때문에 “침대 회사 CEO(최고경영자)가 아니었다면 광고 기획자로 나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때로는 실험적인 마케팅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선보인 브랜드 캠페인 ‘오들리 새티스파잉 비디오’ 디지털 아트가 그런 예다. 영상 중간에 하이힐 구두를 신은 여성이 공기 주입기를 반복해서 밟는 영상은 기괴하면서 한편으론 묘한 편안함을 자아낸다.
안 대표는 “광고는 좋든 싫든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게 중요하다”며 “무관심으로 멀어지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시몬스의 소셜라이징(지역화) 프로젝트도 소비자의 ‘색다른 경험’을 유도하는 이 회사만의 독특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날 안 대표가 시몬스 테라스를 찾은 것 역시 이천 지역 농가와 협업한 농산물 직거래 장터인 ‘파머스 마켓’에 참여하기 위해서다.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서울 청담동의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청담’도 지역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시몬스는 670여 명 임직원의 평균 나이가 30대 중반일 정도로 ‘젊은 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를 끌어당기려면 그들과 공감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부턴 루이비통, 샤넬, 호텔신라 등 패션·주얼리·호텔업계 전문가 50여 명을 잇달아 영입했다. 그는 “제품이든 마케팅이든 촌스러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지난해 시몬스의 매출은 3054억원으로 2019년 2000억원을 돌파한 지 2년 만에 1000억원 이상 뛸 정도로 고속 성장하고 있다.
안 대표는 “침대는 평균 7년 이상 사용하는 롱텀 아이템”이라며 “소비자가 평소에도 시몬스 침대 브랜드를 경험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천=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