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예이츠의 '훌륭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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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그는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고 정치인이었다. 10대 때부터 시를 쓴 그는 20대 중반 이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운동에 가담했다. 51세 때인 1916년에는 아일랜드인 2000여 명이 일으킨 ‘부활절 봉기’를 목격했다.
이때 500여 명이 죽는 참상을 딛고 아일랜드는 1922년 독립했다. 그는 독립한 조국에서 상원의원을 지내며 뛰어난 시를 계속 썼고 58세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 굴곡진 삶의 고비에서 훌륭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스무 살이나 어린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 깊이 교류하며 작품을 분석했다. 결혼도 파운드 부인의 사촌과 했다.‘황무지’의 시인 T S 엘리엇과도 친했다. 엘리엇은 예이츠를 “지적 우수성과 도덕적 우수성을 다 갖춘 최고 시인”이라고 격찬했고, 예이츠는 그를 “가장 혁명적인 시인”이라고 평했다. 이런 우정은 문학과 사회, 혁명과 정치의 급류에서 건져 올린 삶의 빛나는 가치였다.
그제 한·미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예이츠의 명구를 인용해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고 했다”며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혈통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런던(영국)에서는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예이츠의 이 구절은 2017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며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할 때 읊어줬다. 그때 바이든이 눈시울을 붉힌 채 뒤로 돌아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같은 아일랜드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예이츠의 이 명구를 자주 인용했다.예이츠는 “모든 외형에는 내면의 특징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 원리를 발견한 덕분에 노벨상 수상 이후까지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중에서 속 깊은 우정을 담은 시 ‘옛 친구들’을 다시 꺼내 읽으며 한·미 양국의 오랜 동맹과 미래 모습을 함께 생각해본다.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군중의 목소리와/ 새 친구들이 당신을 찬양하느라 분주해도/ 무례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옛 친구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를./ 세월의 시린 물결이 넘쳐/ 당신의 아름다움 사라질 때/ 그때 옛 친구 말고는 다른 사람이 다 잊고 말리니.’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때 500여 명이 죽는 참상을 딛고 아일랜드는 1922년 독립했다. 그는 독립한 조국에서 상원의원을 지내며 뛰어난 시를 계속 썼고 58세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 굴곡진 삶의 고비에서 훌륭한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스무 살이나 어린 미국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 깊이 교류하며 작품을 분석했다. 결혼도 파운드 부인의 사촌과 했다.‘황무지’의 시인 T S 엘리엇과도 친했다. 엘리엇은 예이츠를 “지적 우수성과 도덕적 우수성을 다 갖춘 최고 시인”이라고 격찬했고, 예이츠는 그를 “가장 혁명적인 시인”이라고 평했다. 이런 우정은 문학과 사회, 혁명과 정치의 급류에서 건져 올린 삶의 빛나는 가치였다.
그제 한·미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예이츠의 명구를 인용해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서 시작하고 끝나는지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고 했다”며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혈통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런던(영국)에서는 그럴 수 없었을 것”이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예이츠의 이 구절은 2017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하며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에게 자유메달을 수여할 때 읊어줬다. 그때 바이든이 눈시울을 붉힌 채 뒤로 돌아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같은 아일랜드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예이츠의 이 명구를 자주 인용했다.예이츠는 “모든 외형에는 내면의 특징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 원리를 발견한 덕분에 노벨상 수상 이후까지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 그의 작품 중에서 속 깊은 우정을 담은 시 ‘옛 친구들’을 다시 꺼내 읽으며 한·미 양국의 오랜 동맹과 미래 모습을 함께 생각해본다.
‘가장 빛나는 순간에도/ 군중의 목소리와/ 새 친구들이 당신을 찬양하느라 분주해도/ 무례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옛 친구를 가장 먼저 생각하기를./ 세월의 시린 물결이 넘쳐/ 당신의 아름다움 사라질 때/ 그때 옛 친구 말고는 다른 사람이 다 잊고 말리니.’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