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발 득점포로 '못 넣을 골' 7개 더 넣고 EPL 정복한 손흥민

기대 득점 '15.69골'보다 많은 23골 넣고 '공동 득점왕'
결국 타이틀은 '공동 득점왕'이 됐지만, 손흥민(토트넘)이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치명적인 골잡이였음은 확실해 보인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2021-2022시즌 EPL 38라운드 최종전에서 2골을 폭발, 정규리그 득점을 23골로 늘리며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와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손흥민의 '득점 순도'가 살라흐보다 높다는 점은 여러 수치로 증명된다.

손흥민은 페널티킥골 없이 필드골로만 23골을 넣었다. 살라흐는 23골 중 5골을 페널티킥으로 작성했다.

페널티킥이 '무조건 득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필드골보다 득점 쌓기에 용이하다는 측면에서 손흥민의 득점 기록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슈팅 수 대비 득점을 따지는 득점 성공률에서 손흥민은 'EPL 골잡이'들 가운데 독보적인 수준이었다. 손흥민은 슈팅 86개를 날려 23골을 넣어 성공률 27%를 기록했다.
살라흐(17%·리버풀), 득점 랭킹 3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6%·맨체스터 유나이티드), 4위 해리 케인(13%·토트넘), 5위 사디오 마네(16%·리버풀)보다 10% 이상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그만큼 손흥민의 발끝이 경쟁자들보다 예리했다는 얘기다. 손흥민은 공격수의 득점력을 비교하는 데 쓰이는, 비교적 새로운 지표인 기대득점(xG)에서도 살라흐를 크게 앞섰다.

xG란 실제 득점에 득점 가능 확률을 반영해 매긴 수치다.

수치를 산정하는 주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슈팅 위치, 어시스트의 질 등 여러 요소가 반영된다.

예를 들어 문전에서 손쉽게 발만 갖다 대 득점한 것은 0.96골, 난도 높은 중거리 슈팅에 이은 골은 0.12골로 계산하는 식이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과 살라흐의 xG를 비교했다.

손흥민의 xG는 실제 넣은 득점보다 7골이나 적은 15.69골을 기록했다.

한 시즌 손흥민의 득점 장면 전체를 놓고 볼 때 슈팅의 난이도를 고려하면 15~16골 정도를 기록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7골이나 많이 넣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손흥민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도한 슈팅을 득점으로 많이 연결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반면에 살라흐의 xG는 실제 득점을 웃도는 23.62골이었다.

손흥민보다 비교적 쉬운 슈팅을 성공시켰다는 의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골대 안으로 볼을 정확히 보낼 수 있는 '수단'을 2개나 가지고 있었기에 손흥민은 '골든 부트'를 거머쥘 수 있었다.

손흥민은 23골 중 왼발로 12골, 오른발로 11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주로 사용하는 발은 오른발인데, 왼발로 그보다 많은 골을 넣은 것이다.

말 그대로 양발 사용의 달인 경지에 오른 것이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에 따르면 손흥민은 EPL에서 오른발잡이면서 한 시즌에 왼발로 10골 이상을 넣은 두 번째 선수다.

같은 오른발잡이인 케인이 2017-2018시즌 왼발로 10골을 넣어 이 부문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이 왼발을 오른발처럼 잘 쓰게 된 것은 아버지이자 스승인 손웅정 씨의 철저한 기본기 교육 덕이다.

손씨는 손흥민이 양말을 신거나 바지를 입을 때 왼발부터 시작하도록 했다고 한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프로에 데뷔한 뒤에도 오프시즌에 하루에 왼발과 오른발로 슈팅 500개씩을 차도록 하는 등 혹독하게 교육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