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대표 "스타트업 투자자로 성공 이끈 건 영업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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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코리안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직접 서비스를 팔아본 경험이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대기업 사표 쓰고 소형 투자사로
금융서비스 팔면서 '을' 경험
"VC덕목은 투자회사 키우는 것"
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CEO·사진)는 23일 인터뷰에서 “부티크(소형 투자회사)에서 영업하고 좌절감을 느끼며 배운 게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삼성벤처투자 법인장을 거쳐 2018년 5월부터 LG테크놀로지벤처스 CEO를 맡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업계 터줏대감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미국에서 그룹 신사업 발굴의 첨병 역할을 하는 LG 핵심 계열사로 운용자산은 4억8000만달러 수준이다.김 대표의 첫 사회 경력은 연구원이었다. 미국 명문인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에서 학사, 프린스턴대에서 공학 석·박사학위를 따고 1997년 삼성전자에 병역특례로 입사했다. 이후 벤처투자팀에 합류했다가 조직이 삼성벤처투자와 합쳐지면서 기획 담당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벤처투자 업무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던 김 대표는 2008년 삼성전자에 사표를 쓰고 부티크에 들어갔다.
김 대표가 부티크에서 금융 서비스를 하는 철저한 ‘을(乙)’로서 일하며 체득한 교훈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하는 입장이지만 투자받는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며 “‘왜 이렇게 사업을 못해’가 아니라 ‘어떻게 도와줄까’를 고민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하고 끝’이 아니라 투자한 회사를 함께 키우는 게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덕목이란 뜻이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업계에서 ‘경험, 노하우, 지식을 타인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업계 후배는 물론 실리콘밸리 진출을 모색하는 경쟁 기업 사람들의 미팅 요청도 흔쾌히 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먼저 손길을 내밀어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공유’는 실리콘밸리의 훌륭한 문화”라고 설명했다.김 대표는 부티크 근무 이후 삼성벤처투자 실리콘밸리 법인에 영입됐다.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로 숱한 성공사례를 만들며 이름을 날렸다. 그가 투자한 퓨어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 솔루션 전문), 인프리아(극자외선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 전문) 등의 업체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 협업하며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프리아는 2019년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 때 한국 산업의 방패 역할도 했다.
김 대표는 “업체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시장의 성장성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점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이달 초 창립 4주년을 맞았다. CEO로서의 고민은 조직 문화다. 김 대표는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