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 추도식까지 갈라치기 정치의 장으로 삼아서야

어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정부와 청와대, 여야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새 정부 들어 정치권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닷새 전 광주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 이어 벌써 두 번째다. 국민은 이런 행사들을 통해 진정한 통합과 소통의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으나, 들려오는 얘기들은 여전히 날 선 분열의 정치 언어들뿐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야권이 특히 그렇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행사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대뜸 “검찰 출신 대통령(대행)이 나오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부각하려는 정치적 발언으로 읽힌다. 당내에서도 “검찰공화국으로 치닫는 작금의 상황에 만감이 교차한다”(김진표 의원)거나 “검찰 만능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만든 기막힌 현실”(황운하 의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모두 지지층을 ‘검찰공화국 견제’ 프레임 아래 집결시키려는 선거 전략의 일환에 다름 아니다.야당이 왜 그러는지는 짐작 가능하다. 지방선거 구도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백중지세를 점쳤으나 사전투표를 사흘여 앞두고 어느새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20%포인트 가까이로 벌어졌다. 이러다가는 ‘지방선거 패배→총선 패배’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러나 지금 같은 행태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 왜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는지, 왜 전통적 지지층이 속속 등을 돌리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0.73%짜리(대통령)가 감히”라며 새 정부 출범을 방해하고 입법 독주를 강행한 게 민주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추경 시정 연설과 5·18 기념식 참석 등을 통해 꾸준히 통합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쇼’라는 평가도 있지만 전례없는 시도에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거대 의석만 믿고 독주를 계속한다면 제 무덤을 파는 것과 뭐가 다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