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법사위원장 두고 갈등…협치 물 건너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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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앞으로 다가온 국회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는 지난해 7월 양당 합의를 최근 민주당이 뒤집으려 하면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MBC 라디오에 나와 “향후 2년에 대한 원 구성 협상의 법적 주체는 현재 원내대표”라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후반기 원 구성을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된다”고 말했다. 과거 합의 내용과 관계 없이 원점에서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을지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법사위원장은 국회 본회의 표결 전 법률안의 최종 심사를 책임지는 자리로 원 구성 협상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동안 국회의장은 제1당이 하고,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맡는 게 국회 관례였다. 다수당이 두 자리를 모두 차지하면 소수당과 합의 없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전체 300석 중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두면서 법사위원장 자리까지 갖고 왔다. 이를 기반으로 임대차 3법을 처리하는 등 ‘입법 독주’ 비판이 불거지자 민주당은 후반기 국회에서는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합의 파기의 명분으로 민주당은 ‘정권 견제’를 내세우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KBS 라디오에서 “사실상 검찰 쿠데타가 완성돼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견제할 만한 사람은 국회 내에 법사위원장밖에 없다”며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만큼 민주당이 법사위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국회의장, 법사위원장을 독식한다는 건 결국 협치를 거부하겠다는 의사 표시이자 입법 폭주를 자행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여야 합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모두 법사위원장 자리는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분위기여서 당분간 국회 파행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