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미래사회야?" 이서진도 깜짝 놀란 '이것'에 투자해볼까 [박병준의 기승쩐주(株)]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하는 얘기, 아마 돈(주식) 얘기와 어제 본 TV 얘기일 겁니다. 만약 그 둘을 잇는다면 얼마나 많은 이야깃거리가 나올까요. 모든 게 주식으로 귀결된다는 [기승쩐주(株)]는 바로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예능, 드라마, 심지어 다큐멘터리 속에서도 '종목'을 끄집어낼 예정입니다. 뜻밖의 기업 소개를 통해 재미와 투자 정보를 함께 전해드리겠습니다.
장면 1. "여기 미래 사회야?" 지난 22일 방송된 tvN 예능 '뜻밖의 여정'의 한 대목이다. 배우 이서진을 비롯한 제작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서 배달로봇을 목격한다. 이들은 일상 깊숙이 들어온 로봇을 보며 감탄 한다. 화면 밑으로는 로봇을 의인화한 자막이 흘러나온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갑니다." 장면 2.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2일 인공지능(AI)·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미래먹거리에 50억달러(약 6조36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뒤 나온 '깜짝 발표' 였다. 현대차그룹은 혁신 산업의 본거지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포스트메이츠가 개발한 자율주행 배달로봇 '서브'. /사진=포스트메이츠

'라라랜드'는 배달로봇 천국

예능과 경제 뉴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두 장면을 잇는 가교는 로봇 입니다. '뜻밖의 여정'에 등장한 녀석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이서진이 보고 놀란 배달로봇의 이름은 '서브(Serve)' 입니다. 포스트메이츠라는 미국의 스타트업이 만들었습니다. 내장된 카메라와 라이다(빛을 이용한 거리 측정기)로 인도를 탐색하며 달리는데요. 한 번 충전하면 약 40㎞ 정도 이동합니다. 옮길 수 있는 물건의 최대 무게는 22.7㎏에 달합니다. 돼지고기 110인분을 실을 수 있는 용량이죠.자율주행으로 움직이지만 원격 조정도 가능합니다. 터치스크린과 화상채팅 디스플레이가 있어 고객과 소통도 할 수 있습니다. '뜻밖의 여정'에서는 간단한 주문자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박스 뚜껑이 열리는 장면이 나오죠. 배달 상태는 다소 아쉬웠습니다. 커피가 흘러 넘친 채로 도착했는데요. 이서진이 "오다가 한 번 넘어진 거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전유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조사관은 보고서에서 "배달로봇은 도로와 횡단보도를 구별할 수 있지만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대처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가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2일 방송된 tvN '뜻밖의 여정'에선 배달로봇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 곳곳을 누비는 장면이 나왔다. /사진=CJ ENM

규제라는 '턱'에 걸린 K배달로봇

한국에서도 배달로봇은 '현재진행형' 입니다. 배달 플랫폼이 가장 적극적 입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배달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광교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에서 '도어투도어(D2D)'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식당에서 출발한 로봇이 각 세대 현관 앞까지 음식을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아파트 1층까지만 배달해 주문자가 직접 받으러 내려와야 했다고 하네요.미국과 다른 점은 배달로봇의 활동 반경 입니다. 로봇이 도시 곳곳을 누비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특정 아파트 단지 인근, 대학 캠퍼스 등 제한된 공간에서만 허용 됩니다. 이마저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도로교통법상 배달로봇은 인도와 횡단보도, 차도를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생활물류법(운송수단 미포함), 개인정보보호법(배달 과정서 불특정 다수 촬영)상에도 저촉될 여지가 있습니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배달로봇은 모두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해 일정조건 하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고 안전성 등을 시험·검증하는 제도)를 통과한 '예외적인' 제품들 입니다.

한마디로 한국의 배달로봇은 규제라는 '턱'에 걸려 있는 상태인데요. 정부는 최근 배달로봇의 '입법 공백'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지난 4월 KT의 '배송로봇 사업'의 실증 특례를 승인하면서 로봇의 안전성과 개인정보 관련 사안을 다각도로 살필 예정이라고 합니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도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로봇산업을 꼽았는데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규제 개선을 강조해왔기에 배달로봇 조기 상용화도 기대해볼 만 합니다.
배달의민족의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는 수원 광교의 한 주상복합 단지에서 운영 중이다. /사진=우아한형제들

'현대차 호재' 업고 달리는 배달로봇株

배달로봇주의 대표적인 종목은 로보티즈 입니다.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실외 자율주행 로봇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했습니다. 배달로봇의 핵심 경쟁력인 바퀴 관련 특허도 확보했죠. 또 실내 자율주행 로봇 '집개미'를 개발해 호텔 2곳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연내 서비스 되는 호텔을 20곳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주가는 상승세 입니다. 현대차그룹이 24일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로보틱스 등 신사업에도 8조9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습니다. 27일 0.24% 내린 2만450원에 마감했습니다만 2주 전보다 9% 가까이 뛰었습니다. 유진로봇도 배달로봇 관련주로 볼 수 있습니다. 주력 제품은 청소로봇이지만 미래먹거리로 자율주행 솔루션을 밀고 있습니다. 2017년 독일 가전 브랜드 밀레그룹이 인수한 뒤 연구개발(R&D)을 확대하고 있죠.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진로봇의 작년 자율주행 솔루션 매출은 15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3D 라이다 매출 증가가 예상돼 5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밀레그룹과의 공동 R&D를 통해 기술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가는 27일 0.32% 오른 627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3년 만의 흑자 전환, '자율주행 로봇 얼라이언스' 참여 소식에도 주가는 다소 지지부진한 모습입니다.

이외에도 휴림로봇·로보로보·티로보틱스 등이 배달로봇주로 묶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더 마노메트 큐런트에 따르면 세계 자율주행 로봇 배송 시장은 2027년까지 연 평균 34%씩 성장해 2억3659만달러(약 299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 됩니다. 한국에서도 배달로봇이 도시를 누비는 시대가 올텐데요. 이 종목들의 주가 흐름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미국의 로봇 권위자인 로널드 피어링, 마이클 톨리, 엘리엇 호크스 교수가 올해 초 한국경제신문에서 밝힌 인터뷰 내용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패러다임 전환기가 도래했을 때 이를 대비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는 뚜렷해질 것이다.”

박병준 기자 r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