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박사' 박재갑 교수의 글꼴 사랑…'한글재민체 3.0'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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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30일까지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특별전'암박사'로 알려진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74)의 글꼴 전시회가 25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서 열린다.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은 25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특별전 '개원칙서(開院勅書)에서 한글재민체(韓契在民體) 3.0으로'를 개최한다고 24일 발표했다. 개막식에는 임홍재 국민대 총장, 신선호 센트럴시티그룹 회장, 김성수 젠한국 회장, 권동순 예미정 대표 등 30인이 초청됐다.국립암센터 초대 원장을 지낸 박 명예교수는 순종이 서울대병원 전신인 대한의원의 개원일에 내린 '대한의원개원칙서'에 담긴 한글 글꼴의 단아함에 매료돼 글꼴 개발에 나섰다. 박 명예교수는 김민 국민대 교수팀과 함께 새로운 글꼴 '한글재민체'를 개발해 2020년 한글날에 선보였다.
'한글재민체 3.0'의 개발은 박 교수가 2018년 무심코 지나치곤 했던 서울대병원 시계탑(대한의원) 건물 복도에 있는 '대한의원개원칙서'(1908)에 주목하면서 시작됐다. 국한문혼용으로 적힌 칙서를 본 그는 "이렇게 품격 높은 글씨체가 요즘에는 왜 안 쓰이나"며 "이 글씨를 복원해야겠다"며 붓을 잡았다고 한다.박 명예교수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의 선조가 남긴 문집의 한자를 비롯해 고문헌 한자, 대법원 인명용 한자 등을 추가해 총 8682자를 탑재한 '한글재민체 3.0'을 만들었다.그는 "개발을 함께한 폰트 전문가 김민 교수 부인의 이름에 쓰인 한자가 기존 2.0에는 없어서 인명용 한자를 많이 추가했다"며 "전국 지명 한자도 모두 포함됐다"고 말했다.
기존 글꼴은 서예 작품의 세로쓰기 모본을 위해 제작했기 때문에 가로쓰기에서는 다소 불편했던 점을 개선했다고 한다. 알파벳과 아라비아 숫자, 주요 문장부호에 개원칙서의 멋을 오롯이 담지 못했던 부분도 보완됐다. 박 명예교수는 한자 글꼴 개발에 대해 "우리 문화의 대표 주자인 한글은 우리만의 한글이 아니라 세계를 끌어안아야 한다"며 "한자를 배척하지 말고 한글 속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명예교수는 오는 한글날에 발표할 한글재민체 4.0에는 한자 간체자도 포함할 계획이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의학교 관제에 관한 칙령 제7호와 대한의원 관제에 관한 칙령 제9호, 경성의학전문학교 제8회 한국인 졸업생들의 졸업앨범 머리말 등 작품도 선보인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