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현대차·삼성 띄운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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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중간선거 경합지역에 남은 임기 달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흘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떠나면서 국내 기업들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미 상·하원, 주지사 등을 재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역에 삼성과 현대차가 배터리와 전기차라는 미래먹거리를 지원하는 모양새가 돼서다.
삼성은 인디애나, 현대차는 조지아 투자하기로
각각 '러스트벨트'와 '선벨트' 핵심지역으로 꼽혀
"조지아 수성하고 인디애나 되찾아와야 하는 상황"
23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SDI와 스텔란티스는 24일 미국 인디애나주에 새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한다.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PSA그룹이 합병해 지난해 출범한 완성차 회사로 산하에 피아트, 크라이슬러, 푸조, 지프, 마세라티 등 14개 자동차 브랜드를 두고 있다. 이같은 보도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직후에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한 기간이던 지난 20일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 반도체 공장(평택 캠퍼스)을 방문한 자리에서 "삼성이 우리 상무부와 협력해 배터리 생산,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2일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6조3000억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로 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을 만나 감사의 뜻을 표하며 "현대차를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했다.바이든 대통령은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공장 투자는 미국에 약 80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현대차 덕분에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환되고 있고 미래 전기차 산업에서 미국의 목표가 속도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미국 대통령과 달리 이번 방한에서 DMZ 같은 정치·군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소를 방문하기보단 국내 주요 기업 총수를 만나는 등 '경제안보동맹'에 더 힘을 썼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오는 11월 임기 2년의 연방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임기 6년의 연방상원의원 3분의 1(34명), 36개 주의 주지사와 30개 주의 검찰총장을 다시 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미국 내 일자리 문제와 물가 상승 등으로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AP통신과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가 지난 12~16일 미국의 성인 11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9%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업무 수행을 긍정 평가해 같은 조사에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AP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4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사적으로는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잃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해 중간선거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의석이 줄어들고, 상·하원 중 하나라도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넘어간다면 바이든의 남은 2년 임기는 곧바로 레임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지 언론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재선 역시 불투명한 상황.
삼성SDI와 현대차가 새 공장을 짓는 인디애나주와 조지아주는 각각 '러스트 벨트'와 '선 벨트'의 핵심 지역이다. 러스트벨트는 한때 제조업 호황을 구가했던 중심지였으나 제조업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미국의 북동부 5대호 주변 지역을 일컫는다. 선 벨트는 미국 남동부 5개주의 신흥 산업지다. 두 곳 모두다 선거 때마다 '일자리' 문제를 두고 여론이 갈리는 곳이다.지난 대선에서 인디애나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조지아주는 바이든 대통령을 택했다.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공화당 텃밭인 조지아주를 수성하면서 전통적 민주당 우위지역인 인디애나주를 탈환하는 것이 선 벨트와 러스트 벨트의 여론을 돌리는 데 중요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삼성 반도체공장을 시찰하면서 미 협력업체 직원에게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백악관 기자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피터'라는 미국인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았는데, 설명이 끝나자 "피터, 투표하는 것을 잊지 말라. 당신이 여기에서 살 수도 있지만, 투표하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중간선거 재외국민 투표를 독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맞춰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 해에 미국 경제는 역사적인 66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 경제는 54만5000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신규 창출했는데 이는 지난 50년간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많은 제조업 일자리(월평균) 창출이었다"고 강조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달리 방한 기간 중 DMZ보다는 반도체 칩 공장 방문을 택했다"며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기가 떨어진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많은 일자리를 끌어왔다"고 평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