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리시전바이오, 크리스퍼 대항마 ‘I-CreI’ 전임상서 효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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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ASGCT서 연구결과 발표미국 생명공학기업 프리시전바이오사이언스가 크리스퍼 유전가가위에 대항하는 '아르쿠스(Arcus)' 플랫폼의 전임상 결과를 23일(현지시간) 미국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에서 발표했다. 오르니틴트랜스카바미라제(OTC) 결핍증이라는 희귀 질환과 만성 B형 간염 등 두 질환에 대한 결과다. 회사는 “이번 결과가 기존의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보다 강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아르쿠스는 조류에서 발견되는 'I-CreI'이라는 효소를 이용해 유전자를 편집·삽입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이다. I-CreI은 '귀소 엔도뉴클레아제(Homing endonuclease)'의 일종으로 특정 DNA 서열을 인식해 편집할 수 있고, 원하는 유전자의 서열을 복사·삽입할 수 있다. 데릭 잔츠(Derek Jantz) 프리시전바이오사이언스 최고과학책임자(CSO)는 "대다수의 유전질환은 필요한 유전자가 없어서 발생하기 때문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프리시전바이오가 적응증으로 정한 오르니틴트랜스카바미라제(OTC) 결핍증은 신생아 1만4000명 중 한 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유전자 변이로 인해 오르니틴 트랜스카바미라제라는 효소가 생성되지 않아, 체내에 암모니아가 쌓이게 되는 질환이다.
프리시전바이오는 OTC 결핍증을 유발한 원숭이에 아르쿠스로 개발한 치료제를 주입했다. 이 치료제는 쉽게 제거될 수 있고, 제거돼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PCSK9' 유전자를 제거한 뒤, 그 자리에 정상 OTC 유전자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전임상 결과 원숭이의 간세포에서 OTC 유전자의 형질도입 효율이 약 11.3%라는 것을 확인했다. 즉 세포 10개 중 1개는 정상 유전자를 보유하게 됐다는 의미다. 대개 환자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는 OTC 발현율을 5% 정도로 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다. 회사는 이런 변화는 약 1년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보고했다.프리시전바이오는 추가로 만성 B형 간염에 대한 전임상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B형 간염에 사용되고 있는 대다수의 치료제는 B형 간염 바이러스(HBV)의 복제를 막는 항바이러스제다. 하지만 이 경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DNA 구조인 '이중가닥 고리형 DNA(cccDNA·covalently closed circular DNA)'는 그대로 유지된다. 치료를 중단할 경우 바이러스는 다시 유전자를 복제해 활동을 재기한다. 반면 프리시전바이오의 치료제는 cccDNA를 잘라내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프리시전바이오의 치료제를 투여한 마우스 모델의 경우 cccDNA의 수가 크게 감소했다. B형 간염 표면 항원(HBsAg)은 최대 96%까지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HBV에 감염된 인간 간세포에서는 cccDNA와 HBsAg 모두 75% 가량 감소했다.
프리시전바이오는 2018년 길리어드사이언스와 B형 간염 치료제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지만, 2년 후인 2020년 계약을 파기했다. 현재 B형 간염 치료제에 대한 권리는 다시 프리시전이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잔츠 CSO는 "적어도 임상 시험 데이터가 나올 때까지는 우리가 스스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그 시점에서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면 글로벌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