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빼앗길까 노심초사…현대차 美 투자 '막전막후'
입력
수정
현지 매체, 협상 뒷얘기 보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빼앗길까 노심초사
켐프 주지사, 정 회장에 선물·편지
한국 방문할 때마다 정의선 회장 찾아

앞에는 맥주와 피자가 있었고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에게 어떻게 만족할 만한 제안을 내놓을지에 대해 보좌진과 회의를 몇 시간째 거듭했다.23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유력 지역언론인 애틀랜타저널컨스티튜션(AJC)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조지아주가 어떻게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첫 번째 공장을 유치했는지 '막전막후' 상황을 보도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장에 따르면 조지아주와 현대차그룹 간 전기차 전용 공장 유치 논의는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주정부 고위관리 몇 명만이 협상 상대방이 현대차라는 것을 알 정도로 유치 과정은 비밀스럽게 진행됐다고 했다.

2019년 기아 공장 양산 10주년 행사에서도 켐프 주지사는 정 회장에게 조지아주 국회의사당 부지에 있던 나무로 만든 '샤퀴테리 보드'(치즈, 빵, 과일, 절임고기 등을 올려놓는 도마접시)에 조지아 인장을 찍어 선물로 건넸다. 정 회장이 2020년 그룹 회장이 됐을 때는 바로 축하 편지를 보냈다.
주정부 공무원들도 노력을 쏟았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장은 최근 몇 년 간 한국을 10여차례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현대차 경영진을 만났다. 현대차 임직원이 조지아주 서배너를 찾을 때는 매번 윌슨 국장이 친절하게 안내하기도 했다고.조지아주의 이런 절실함은 2006년 기아차 공장 유치 이후 최근까지 해외 기업 유치에 몇 차례 고배를 든 전례가 있어서다. 가장 뼈아팠던 것은 2015년 볼보 공장을 막판에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빼앗긴 것이었다.
현대차그룹과 조지아주는 사전 조율을 거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중이던 지난 21일 6조3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