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스파이 우려에도 러시아 기술자에 비자 요건 완화"

우크라 침공 이래 러 노동자에 독 취업비자 600여건 발급
"러 정보기관, 독일 내 자국 취업자 압박해 정보 수집에 동원 우려"
독일 정부가 산업 스파이 증가의 우려에도 러시아 숙련 기술자에 대한 비자 요건을 완화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 국적 숙련 기술자의 취업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해 주는 일명 '노동시장 접근에 대한 글로벌 승인' 프로그램을 오는 9월 말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러시아 노동자 중 정보기술(IT)이나 정보통신 관련 기술을 갖춘 전문 인력이 독일 기업에서 연 4만3천992유로(약 6천만원) 이상을 버는 일자리를 얻으면 비자 취득 과정에서 연방 고용부가 진행하는 세밀한 평가를 면제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독일 외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이달 초까지 러시아 노동자에게 600개가 넘는 취업 비자를 발급했으며 이렇게 취업 비자를 받은 이들은 대부분 현재 독일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독일 DPA통신에 밝혔다. 현재 독일에는 러시아 여권 보유자가 23만5천 명 거주하고 있다.

이는 유럽 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다.

하지만 독일 연방 헌법 보호 사무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독일로 이주할 예정이거나 이미 독일에서 근무하는 러시아 국적자들이 러시아를 위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라는 협박을 받을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는 점점 소외되고 있으며 서방의 기술 네트워크와 단절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독일 국내 정보기관도 "러시아 정보기관은 위협이나 협박과 같은 수법을 피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에 남아있는 친척이나 지인에게 보복하겠다며 정보수집 활동을 압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독일 외무부는 "비자 발급 과정에서 비자 신청자들에 대한 표준적인 보안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