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카페] 갤러리 '언어 폭력'에 멍드는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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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 22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에서 터졌다. 준결승 매치에서 2홀을 앞서나가던 A선수가 한 홀을 내줘 ‘1 업(up)’으로 좁혀진 상황. 그러자 한 갤러리가 이동 중인 A선수 근처에서 이렇게 말했다. “000(A선수)가 쫄았네~.”

A선수는 이후 급격히 흔들렸다. 다음 홀을 내줬고, 결국 승부는 뒤집혔다. A선수 측은 소리를 지른 갤러리를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해당 갤러리의 해명은 이랬다고 한다. “선수에게 들릴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그리고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선수는 현재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프로 골프투어에선 잊을만하면 갤러리 관련 사건이 벌어진다.“팬들의 야유도 경기의 일부분”이라지만, 정작 당하면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는다고 선수들은 토로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작은 사건까지 포함하면 많은 선수들이 매주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했다.

3년 전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대회에서 김비오가 갤러리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었다가 3년 출전 정지(이후 1년으로 감면) 및 벌금 징계를 받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갤러리 무리가 김비오를 따라다니면서 플레이에 방해되는 셔터 소음을 냈다고 한다. 한 매니지먼트사 직원의 말이다. “김비오 프로가 실수한 건 맞지만, 전후사정을 따져보면 왜 그랬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측면도 있습니다. 갤러리 때문에 멘탈이 흔들리거나 미스샷이 나면 정말 참기 힘들거든요. 갤러리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온 선수가 있을 정도입니다.”

집합금지가 풀리면서 KLPGA투어는 지난주까지 약 10만명의 갤러리를 끌어 모으며 흥행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남자 투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갤러리들의 돌발 행동과 이에 따른 선수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한 대회 운영사 대표는 “갤러리들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했지만, 넓은 골프장에 퍼져 있는 사람들을 일사분란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올바른 관람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