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촌각을 다투는 교육·노동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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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AI 산업 인력난 가중윤석열 대통령은 5월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노동, 교육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므로 여야 초당적 협력을 통해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해 나라를 구한 영국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평준화로 인재 양성 실패한 탓
주 52시간제 탄력 운용해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자유시장연구원장
한국 경제는 오랫동안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투자가 위축되고 기업의 해외 탈출이 가속화해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했고, 일자리가 없어 출생률도 급락하는 등 개혁을 미룰 수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 투자자금이 56조원으로 역대 정권 중 최대 금액으로 집계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연평균 투자 증가율은 사상 처음 0%대로 추락했다. 이러니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계속되는 반기업, 친노조 정책으로 국내 투자 환경이 극도로 악화한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전 세계가 법인세를 낮추는 추세 속에서 한국만 법인세를 인상하고 기업을 옥죄는 각종 반기업 정책에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의 경직적 운용, 실업자·해고자도 핵심 사업장을 점거하고 파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친노조 정책을 강행하니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리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첨단 부문은 한국에 투자하려고 해도 필요한 인력이 없어 투자를 못할 지경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 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하반기에 평택 제3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 직원수는 지난해 4분기 11만3485명으로 직전 분기(11만4373명) 대비 888명이나 줄었다. 반도체 부문 인력 감소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 분야도 인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1만4000여 명의 국내 인공지능 인력이 필요한데 공급은 같은 기간 400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발회사들은 임금 불문 개발자 모셔오기 경쟁이 붙은 상태다.
지방은 더욱 심각하다. 2019년 SK하이닉스와 50여 개 협력업체가 참여하는 대형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하기 위해 경북 구미는 부지 10년 무상 사용 등 호조건을 내걸었지만 결국 경기 용인으로 결정됐다. 결정적인 이유가 인재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올해 초 부산의 한 전기차 회사는 300명의 연구인력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인력을 구하지 못해 연구소를 용인 기흥에 세우기로 했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은 정원이 동결돼 인재 양성을 못하고 지방에는 대학이 수백 개나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첨단기업에 종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안 되고, 양성한 인재들도 연봉이 거의 두 배 가까이 많은 수도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로 가버린다는 것이다.교육 개혁이 안 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초격차 경쟁에서 한국은 낙오할 수밖에 없다. 40년 넘게 지속해온 평준화 정책 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 초격차를 이끌 인재 양성이 안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나마 몇 개 남아 있는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쇄를 추진했다. 초·중·고교의 기초학력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교육 개혁은 이제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과 지방대학 육성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있으나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야당 협조 없이는 어려운 실정이니 지켜볼 일이다.
우수 인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데도 청년확장 실업률은 25% 수준이고 절반이 넘는 청년들이 단기 알바나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고 공단 근로자는 외국인이 대부분이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의 신축적 운용과 노동시장 유연화가 긴요하다. 그러나 강력한 노조 등으로 노동 개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 노동을 패키지로 개혁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소생이 힘든 한계상황에 직면했다. 여소야대 시대 여야의 협치가 중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