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지난 부당노동행위, 업무방해죄로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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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첫째, 만약 양 죄의 관계를 법원과 같이 이해한다면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은 형해화되고, 노동관계법의 일반형법에 대한 독자적인 지위도 부정당하게 되는 결과에 이른다. 법원의 논리대로라면 어지간한 부당노동행위 사안에서는 업무방해죄도 구성요건 해당성이 인정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하나의 행위가 두 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되므로 양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가 되고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해 정한 형으로 처벌받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업무방해죄로만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관계법에서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으로 규정한 의의를 몰각시키게 되며, 더 나아가 노동관계법의 일반형법에 대한 독자적인 의의를 상실하게 할 수도 있다. 노동관계법은 일반사회를 규율하는 시민법인 민법이나 형법과는 달리, 노사관계라는 특수하고 독자적인 영역을 규율하는 법률이다. 노동관계법 영역에 민법이나 형법이 개입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역사적인 경험과 고려들이 녹아있는 노동관계법의 영역이 형해화될 가능성이 있다.둘째, 피고인의 법률상 지위와 법적 안정성을 심대하게 침해하게 된다.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향후 수사기관에서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업무방해죄로 기소하는지 아니면 부당노동행위로 기소하는지에 따라 피고인의 법적 지위에 상당한 변동성이 발생한다. 이러한 결과가 형사사법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피고인의 예측가능성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점은 다언을 요하지 않는다.
셋째, 기존 기소 및 처벌관행에도 반하며, 공소시효의 취지에도 반한다. 검찰과 법원은 기존에는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일관되게 부당노동행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본건에서 굳이 부당노동행위가 아닌 업무방해죄로 의율한 이유는 부당노동행위가 공소시효가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동안 일관되게 부당노동행위로 의율하던 행위유형을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로 기소한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이러한 공소제기를 인정한다면 공소시효 규정의 의의도 상실되는 것이다.
넷째, 평등원칙에도 반한다. 본건에서 피고인의 부당노동행위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불이익취급이었고 하나는 지배개입이었다. 공소시효가 완성된 불이익취급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하였고,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지배개입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가 아닌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였다. 불이익취급은 결과발생이 필요하므로 일종의 결과범이라고 할 수 있고, 지배개입은 결과발생이 필요치 않으므로 일종의 위험범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범인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가 같은 위험범인 업무방해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이익취급은 업무방해죄로, 지배개입은 부당노동행위로 의율한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부당노동행위 상호간 형평성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생각컨대, 노동조합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부당노동행위만 적용하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게 하여 노동관계법의 독자성과 역사적인 존재의의를 유지하며, 법적 안정성의 심각한 침해를 방지하여야 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