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자체 소각’ 나선 개미들...“코인판 금모으기 운동”

"아무 효과 없을 것" 경고에도
"가격 다시 올리자" 서로 독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손실을 본 개미 투자자들이 자체적으로 루나 소각 움직임에 나섰다. 시장에 유통되는 루나 공급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에서다.

루나 소각은 개인 투자자들이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대표에게 ‘루나 부활’을 위해 요구해온 방안이다. 하지만 권 대표가 개인 투자자와 업계의 반대에도 기존 루나 소각 대신 새로운 루나·테라를 발행하는 ‘테라 2.0’ 프로젝트를 강행하면서 묵살됐다. 일부 투자자는 “테라폼랩스가 해야 할 일을 개인들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도형 대신 우리가 루나 소각"
4일간 약 3억개...전체 유통량 0.004%

이번 ‘루나 소각 운동’은 트위터에서 시작됐다. 권 대표는 지난 22일 트위터에서 “루나 소각 지갑 주소를 알려주면 우리가 대신 소각해주겠다”는 한 트위터리안에게 답글을 보내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공개했다. 이 지갑으로 코인을 보내면 거래가 불가능해져 전송량만큼의 코인이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지갑 주소가 공개된 이후 25일 오전 9시까지 약 4일간 이 지갑으로 전송된 루나 코인은 총 2억9136만개에 달한다. 현재 루나 유통량이 6조5363억개 이상임을 고려하면 0.004% 규모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우리가 생태계를 복원시키자” “루나 가격을 1달러까지 다시 올리자”며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루나 가격은 이날 오전 10시40분 기준 전날보다 12.1% 오른 0.00018달러다.

루나 소각에 동참한 거래소도 있다. 거래량 기준 세계 30위인 멕스씨(MEXC) 거래소는 22~24일간 투표를 거쳐 ‘특별 루나 복구계획’을 개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투표 참여자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거래소가 루나 거래 수수료 수익을 활용해 직접 루나를 사들이고 소각하겠다는 게 골자다. 투표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권 대표가 해야 할 일을 거래소가 하고 있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도 동참하라”며 호응하고 있다.

권도형 "합리적으로 이해 안돼"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사진=테라폼랩스
이런 움직임에 대해 권 대표는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루나 소각을 위한 지갑 주소에 대한 문의가 많아 정보 제공 목적에서 주소를 공유했다” “하고 싶으면 하라”면서도 “이 주소로 코인을 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본다. 당신의 코인을 잃어버릴 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테라폼랩스가 루나를 직접 사들여 소각해야 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에 대해 “우린 그럴 만한 돈이 없다”고 거부해왔다.

한편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들은 루나 상장폐지를 서두르고 있다. 고팍스와 업비트, 빗썸이 잇달아 루나 상장폐지를 결정한 가운데 코빗은 다음달 3일 오후 2시부터 루나에 대한 거래 지원을 종료한다고 25일 밝혔다. 루나 입금은 이달 31일 오후 2시까지, 거래 지원 종료 후 출금은 오는 8월 31일까지 가능하다. 국내 ‘빅5’ 거래소 중 유일하게 아직 루나 상장폐지를 결정하지 않은 코인원도 조만간 폐지 여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