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비중 낮춰라"…해외 디벨로퍼로 변신하는 롯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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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건물 짓는 도급사업만 하지 않겠다" 종합 디벨로퍼 선언롯데건설은 국내에서 주택을 주로 짓는 건설사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디벨로퍼(부동산개발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단순한 시공사가 아니라 스스로 가치 있을 만한 땅을 찾아 사업 발굴과 기획부터 금융조달, 건설, 운영관리 등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종합 디벨로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복합 개발사업 수주에 공 들여
롯데건설은 최근 분기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해외 시공 실적이 540억원으로 전년 동기(357억원)보다 51.2%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인도네시아 플랜트 건설 수주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자카르타에서 90㎞ 떨어진 찔레곤 지역에 연면적 99만㎡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롯데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사업장이지만 동남아시아에서 향후 있을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미리 쌓아둬야 하는 사업 실적이다. 롯데건설은 현재 자카르타에서 현지 대형 디벨로퍼 모던랜드와 공동으로 ‘가든시티 뉴이스트2’(아파트 4200가구)를 공급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롯데건설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석주 대표 취임 이듬해인 2018년 해외영업본부 내 해외개발팀을 신설했다. 하 대표의 지론은 "국내 주택사업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해외개발팀은 시공 수주전에 그치지 않고 돈 될 만한 땅을 보고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해외 특공대' 역할을 맡은 셈이다. 베트남 호치민에서 벌이는 투티엠 지구 복합개발 사업이 대표적이다. 투티엠 지구는 한국의 코엑스보다 1.5배 더 큰 연면적 약 68만㎡ 규모로 호텔, 레지던스, 오피스, 쇼핑몰을 짓는 사업이다. 하 대표가 조속한 건축승인을 위해 직접 날아가 호소전을 펼칠 정도로 공을 들였다. 롯데건설이 최대 주주인 특수목적법인(SPC) 롯데프라퍼티가 투티엠 사업 개발사다. 롯데건설이 100% 출자한 현지 디벨로퍼 법인 롯데랜드도 베트남에서 활동 중이다. 롯데랜드는 베트남 주택 신도시 개발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다.
하 대표가 매년 신년사마다 빼놓지 않고 "종합 디벨로퍼로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고 강조하고 있다. 이유는 아직까지 높은 국내 건축사업 의존도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올 1분기 국내 건축사업 비중은 75.5%로 전년 동기(74.6%)와 비슷하다. 해외사업은 같은 기간 2.94%에서 4.53%으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5%를 밑도는 수준이다. 전체 실적에 기여하기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건축사업이 전체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분기 매출은 1조195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125억)에 비해 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16억원에서 586억원으로 36% 감소했다. 롯데건설은 "국제회계기준이 새로 적용되면서 ‘선분양 후시공’ 구조인 국내 아파트 분양시장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분양 선수금이 부채로 잡힌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디벨로퍼 역량을 쌓기 위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롯데건설은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과 부동산 관련 펀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은 자산운용 뿐 아니라 신규 투자처 발굴 등 부동산 개발사업 전 단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번 협약은 ‘부동산스페셜 블라인드펀드’ 와 ‘물류센터 블라인드펀드’ 같은 부동산 개발 전문 투자펀드를 조성해 적극적으로 신규 부동산 개발사업 기회를 발굴해보자는 취지다. 개발 사업의 필수인 '금융'과도 적극 협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