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비웨사 등장·김국영 건재…9초대 2억원 주인공 나올까

대한육상연맹, 남자 100m 9초대 기록에 특별 포상금 2억원 내걸어
대한육상연맹은 최근 '남자 육상 100m 9초대 진입'에 특별 포상금 2억원을 내걸었다. 2024년 12월까지 한국 육상의 숙원인 남자 100m 10초대 벽을 깨는 스프린터는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거액을 손에 넣는다.

사실 '9초대 진입'을 회의적으로 보는 전문가는 여전히 많다.

하지만 곳곳에서 조금씩 희망이 자란다. 한국 기록(10초07) 보유자 김국영(31·광주광역시청)이 건재하고, '선수 경력'이 짧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19·안산시청)가 김국영에게 긴장감을 안길만큼 성장했다.

여기에 이준혁(21·한국체대)이 '9초대 레이스' 도전에 가세했다.

이준혁은 24일 전라북도 익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77회 전국대학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선에서 10초18로 우승했다. 고(故) 서말구 해군사관학교 교수가 동아대 재학 중이던 1979년 9월 9일 멕시코시티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세운 10초34를 43년 만에 경신한 '한국 대학생 신기록'이었다.

10초18은 선수 기준 한국 역대 2위, 모든 기록 기준 공동 5위이기도 하다.
이준혁이 레이스를 마치기 전까지, 한국 육상 100m 1∼15위 기록은 모두 김국영이 보유했다. 김국영은 19세 때부터 육상 단거리 불모지 한국을 대표하는 스프린터로 살아왔다.

그는 2010년 10월 7일 대구에서 열린 전국 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예선에서 10초31로 고(故) 서말구 교수의 종전 한국기록(10초34)을 31년 만에 바꿔놨다.

그리고 준결선에서 10초23로 새로운 한국기록을 세웠다.

김국영은 2015년 7월 9일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0초16으로 자신과 한국 기록을 단축했다.

2017년 6월 25일 강원도 정선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BS배에서는 10초13으로 기록을 경신하더니, 이틀 뒤인 6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치른 코리아오픈 국제육상경기 100m 결선에서는 10초07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개인 다섯 번째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김국영은 국내외 대회에서 10초07부터 10초26까지, 다른 한국 스프린터가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작성했다.

이준혁이 10초18을 뛰기 전까지는 이규형이 2021년 7월에 작성한 10초27이 '선수 기준' 한국 2위 기록이었다.

24일 경기 전까지 개인 최고가 10초40이었던 이준혁은 단숨에 10초18로 기록을 단축하며 한국 역대 2위 스프린터로 도약했다.

모든 기록을 나열하면, 김국영의 10초07, 10초12, 10초13, 10초16에 이은 5위 기록이다.

김국영이 10초18에 달린 적도 있어서 이준혁의 기록은 공동 5위로 분류됐다.
'실업 1년 차' 비웨사의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44다.

비웨사는 4월 19일 대구에서 열린 종별선수권에서 10초42로 우승한 김국영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10초44로 2위를 차지했다.

당시 김국영은 "국내 경기에서 최종 기록이 나올 때까지, 초조하게 기다린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만큼 좋은 후배가 나왔고, 성장했다"고 말했다.

비웨사는 "김국영 선배를 이기겠다고 마음먹고 출발선에 섰는데 아직은 형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김국영 선배도 긴장하셔야 할 것"이라며 장난을 섞어 '한국기록 보유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비웨사는 콩고인 부모를 뒀지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중학교 3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한국 국적을 얻은 비웨사는 원곡고로 진학하면서 '전문 육상 교육'을 받았다.

짧은 시간에 빠르게 성장한 비웨사는 고교 3학년 때 잠시 슬럼프도 겪었지만, 실업팀 입단 후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웨사는 "올해 여름까지 10초2대에 진입하고, 이후 9초대 진입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 육상의 새 페이지를 연 이준혁도 "내 대학 생활 목표가 10초29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아이디를 'ju_nh10.29'로 정한 이유"라며 "국가대표로 뽑혀 김국영 선배와 함께 훈련하며 '형과 함께 9초대 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10초29를 보고 달리다가 오늘 10초18의 기록을 세운 것처럼 9초대를 향해 이 악물고 뛰면 가능성이 점점 커지지 않을까"라고 9초대 진입의 포부를 밝혔다.

평생 9초대 진입을 목표로 달린 '한국 역대 최고 스프린터' 김국영도 '한국인 첫 9초대 타이틀'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

김국영은 "최고의 몸 상태를 유지해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는 뛰고 싶다.

그 안에 꼭 9초대 기록을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던 한국 육상은 필드 종목인 높이뛰기에서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도약해 중심부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사상 최고인 4위에 오르고 올해 세계실내육상선수권 우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 우승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에서 낭보를 전했다.

육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 남자 100m에서도 9초대 기록이 나오면, 한국 육상은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다. 김국영 홀로 달리던 트랙 위에 이준혁과 비웨사가 가세하면서 9초대의 꿈은 조금 더 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