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의원 3분의 2는 무투표 당선…대의역할 제대로 할까

4개 선거구 중 3곳이 2인 선거구로 거대 양당 후보만 등록
공보물 없어 공약조차 깜깜이…부산서만 35명 무투표 당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 사상구 기초의원 중 3분의 2가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하자 주민 대표 기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사상구의회 의원 후보 정원 9명 가운데 6명이 투표 없이 당선됐다.

사상구의원 선거는 4개의 선거구가 획정된 상태로, 3명을 선출하는 가선거구를 제외한 나머지 3개는 2인 선거구다.

2인 선거구인 나·다·라 선거구에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 각 1명의 후보를 내면서 무투표 당선자가 6명이나 발생한 것이다.이러한 현상은 4∼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가 당초 기대보다 적게 획정되자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아예 등록하지 않으면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의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2인 선거구일 경우 거대 양당의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가 필요하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하지만 결국 2인 선거구가 다수로 되는 바람에 선출 가능성이 적은 소수정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출마를 꺼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기득 정당에서 2인 선거구에도 후보를 내면 되지 않냐고 말하지만, 이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덧붙였다.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사실상 무소속 혹은 소수정당 소속 후보가 출마를 결정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후보 등록을 불과 보름 앞둔 지난달 27일 부산 기초의회 선거구를 확정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과거 3명 이상의 후보가 나온 2인 선거구에서도 올해는 무투표 당선자가 다수 나왔다"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거대 양당 외 후보가 출마 자체를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런 결과가 나오자 투표 없이 당선된 기초의원들이 주민 대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민은 무투표 당선된 구의원들의 공약, 정책조차 알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현행법상 무투표 선거구의 후보들은 투표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선거운동이 금지되고, 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정책 등 선거 공보물 등을 제공하지 않는다.

사상구 주례동에 사는 30대 박모 씨는 "우리 지역을 위해 일한다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어떤 공약을 내놓는지도 몰라 답답한 심정"이라며 "주민의 선택을 받지 않은 구의원이 과연 대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은 투표 없이 확정된 후보자가 35명으로 2018년 지방선거 무투표 당선자인 10명보다 3배 이상 많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