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화성-17형 등 3발 섞어쐈다…한미, 확장억제 확대 논의(종합2보)

尹대통령 "확장억제 실질조치 이행"…한미, 4년10개월만에 미사일 사격 공동대응
한미정상회담 반발 무력시위 관측…코로나 지원 제의에 '미사일'로 대답한 셈
정부 "불법행위이자 중대 도발" 비판·美등과 공조 안보리 제재 결의 추진
북한이 2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순방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연합훈련 확대, 전략자산 적시 전개 등이 합의되자 고강도 도발로 무력시위에 나섰다는 평가다.

특히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처음으로 섞어 쏘면서 한미 미사일 방어망의 무력화를 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 미사일은 모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도발에 대응해 확장억제 실행력의 실질적인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고, 군과 주한미군은 연합 지대지 탄도미사일 실사격을 하는 등 4년 10개월 만에 공동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또 미국 등과 긴밀 공조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 북, 바이든 귀국 도중 ICBM 등 미사일 3발 발사…'섞어쏘기'는 처음
합참은 북한이 이날 오전 6시, 6시 37분, 6시 42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총 3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뒤 워싱턴DC에 도착하기 2시간 전이다.

가장 먼저 발사된 건 ICBM 추정 탄도미사일로, 비행거리 약 360km, 고도 약 540km, 속도 마하 8.9로 탐지됐다.

군 당국은 지난 3월 한차례 실패한 적이 있는 신형 ICBM인 화성-17형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1단 추진체 연소가 일정 수준 이뤄졌고 단 분리도 이뤄진 것으로 군은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는 북한이 지난 2∼3월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시험이라고 주장하며 쐈던 두 차례 ICBM과 유사해 이번에도 정찰위성 목적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2, 3번째 탄도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

종말 단계에서 '풀업'(상하기동) 변칙 비행 특성도 보였다.

두 번째 미사일은 고도 약 20km에서 우리 탐지자산으로부터 소실됐다고 합참은 전해 '실패'로 추정된다.

세 번째 탄도미사일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보이며, 비행거리 약 760km, 고도 약 60km, 속도 마하 6.6으로 탐지됐다.

북한이 정상적인 발사 시 미 본토를 겨냥하는 ICBM과 남한 및 주일미군 기지를 사정권으로 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섞어 쏘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한일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 전력에 '핵'을 명시하고 북한 핵 공격에 대응하는 연합훈련과 미측 전략자산 적시 전개를 논의하기로 한 데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한국과 미국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겪는 북한에 방역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미사일로 대답한 셈이기도 하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최근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장례(국장)를 치르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 尹대통령 "확장억제 실행 실질조치 이행하라"…한미, 미사일 대응사격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NSC 이후 별도 성명을 발표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통화를 하고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북한 추가 도발에 대비한 미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조기 개최 필요성을 논의했다.

양국 국방 당국 간에 확장억제 실효적 확대 조치와 전략자산 전개, EDSCG 조기 개최 논의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인철 합참의장도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 화상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하고, 한ㆍ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재확인했다.

군과 주한미군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한미 미사일 부대는 한국군의 현무-II, 미군의 ATACMS(에이테큼스)를 각 1발씩 동해상으로 연합 지대지미사일 실사격을 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전력의 신속한 타격 능력을 현시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대한 한미 군 당국의 공동대응은 2017년 7월 이후 4년 10개월 만이다.

대응 사격은 오전 10시 20분께로 첫 발사 후 약 4시간 20분 뒤에 이뤄졌다.

지난 3월 24일 북한 ICBM 시험 발사 때는 한국 단독으로 약 1시간 50분 만에 대응 사격에 나선 바 있다.

공군은 전날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한 뒤 실제 발사에 대비해 F-15K 30여 대의 전투기가 무장을 장착한 채 활주로에 전개해 지상활주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우리 군의 무력 시위는 북한의 ICBM 발사 등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와 압도적인 전력으로 도발 원점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ICBM 발사는, 북한이 스스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또다시 파기한 것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위반이자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 도발에 대비하여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상시 압도적인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