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투기 5년마다 전수조사?…권익위·감사원 엇갈린 까닭 [법안 스트리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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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민주당 의원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 직원들의 개발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5년 마다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칼자루’를 쥔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아 향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LH 사태 방지법’ 발의
5년 마다 부동산 전수조사
권익위 ‘반색’ vs 감사원 ‘반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LH처럼 업무상 개발정보를 취득하는 공공기관의 공직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5년 마다 부동산 거래내역 전수조사를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김 의원안은 국민적 공분을 산 ‘LH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발의됐다. 지난해 3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LH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신도시 사업지역에 100억원대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이후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대검찰청 등은 합동 특별수사본부를 꾸리고 국토교통부와 LH 임직원 등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부동산 투기사범 6081명을 적발해 4251명이 검찰로 송치되고 64명이 구속됐다.
정치권도 LH사태 후폭풍을 피하지 못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 소속 국회의원 전원의 부동산 투기 검증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의뢰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 양당에서 각각 12명의 위법 의혹이 확인됐다. ‘저는 임차인입니다’ 연설로 유명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부친의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의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결국 국회는 지난해 4월29일 본회의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1년 여가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에 따라 미공개 정보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공직자는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토지 등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부동산 매수 14일 이내 신고가 의무화됐다.
다만 LH사태 직후 실시했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와 관련된 사항은 제외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토부와 LH 직원을 상대로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를 했지만 일회성에 그쳤다”며 “공무상 취득한 정보로 부동산 거래를 하는지 전수조사를 5년 마다 실시해 사익편취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안은 권익위가 개발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자 및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5년 마다 실시하도록 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내용과 절차, 방법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했다.
권익위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개정안에 대해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문제를 근절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권익위에 해당 조사만을 전담하는 특별조사단을 설치해 부동산 전수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감사원은 김 의원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행정기관이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감사원은 권익위 설치법상 권익위의 직무범위가 부패행위의 신고·상담·안내 등에 한정된 점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권익위는 감사·수사·조사가 필요한 사건들을 직접 조사할 수 없다”며 “개정안의 내용은 권익위의 권한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관가에서는 김 의원안을 놓고 “사실상 권익위가 ‘청부입법’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 출신인 전현희 권익위원장과 김 의원 사이 긴밀한 교류를 바탕으로 법안이 발의됐다는 얘기다.
두 기관의 상반된 의견은 앞으로 국회 심사 과정에서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권익위의 소관 상임위원회는 정무위, 감사원은 법제사법위원회로 서로 달라 상임위 간 ‘알력 다툼’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