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미국서 또 총기난사…초등학생 14명 사망

14일 버펄로 총기난사 후 열흘만
FBI "총기난사 사건 2017년보다 2배 증가"
총기규제 놓고 민주당 vs 공화당 갈등 격화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한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초등학생 14명이 숨지고 교사 1명이 사망했다. 열흘 만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것.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총기 난사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일(현지시간) 그레그 에벗 텍사스 주지사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초등학생 14명과 교사 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총격범은 현장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했고 경찰 2명도 총상을 입었다.범인은 사건 현장에서 135㎞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샐버도어 라모스(18)로 확인됐다. 애벗 주지사는 “범인은 권총을 마구 쐈고 소총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조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범인은 직접 운전해서 롭 초등학교에 도착했고 내리자마자 한 할머니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찰 당국은 범행 동기를 조사하는 중이다. 유밸디는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120㎞ 떨어진 인구 1만 6000여명이 사는 소도시다.

열흘 만에 이어진 참극이었다. 지난 14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 탑스 프렌들리 슈퍼마켓에서 페이튼 젠드런(18)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백인우월주의자였던 젠드런의 범행동기는 유색인종에 대한 증오로 확인됐다.총기 난사 사건은 최근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전날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발생한 ‘적극적 총격(Active shooting)’ 사건은 61건으로 전년 40건에 비해 53% 증가했다. 2017년(31건)에 비하면 97% 늘어났다. 2000년 공식 집계한 뒤로 연간 최대치를 지난해 기록했다. 범인을 제외하고 사망자만 총 103명이었고 부상자도 140명에 이르렀다.

FBI가 정의하는 적극적 총격은 좁고 대중이 밀집된 곳에서 범인이 다른 이를 살해하려는 의도로 총을 쏘는 행위를 일컫는 범죄 수사용어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총기 난사 사건과 비슷하다.

FBI는 총격범의 범행 동기를 별도로 분류하거나 분석한 내용을 보고서에 담지는 않았다. 다만 범인이 한 곳에서 머물지 않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난사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FBI는 분석했다.늘어난 총기 난사 사건을 두고 미국 정치권에서 논쟁이 격화됐다. 총기 규제를 강화하려는 민주당과 이에 반대하는 공화당 사이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주목받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행보가 갈등을 촉발했다. 그는 텍사스 사건 직후 트위터에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테드 크루즈가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크루즈 의원이 수년 동안 총기 규제법을 강력히 반대한 정치인이라서다. 그는 이번 주 내로 전미총기협회(NRA)의 연례총회에서 찬조 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총기 난사가 벌어진 텍사스의 애벗 주지사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공화당의 반대로 인해 미국 총기 규제법 통과도 10년째 난항이다. 지난해 3월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총기 구매 절차를 강화하는 총기 규제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원에서 계류 중인 상황이다. 총기 규제법엔 반대하며 희생자를 위로하는 행동이 위선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루벤 갈레고 민주당 하원의원은 “아기 학살자”라고 크루즈 의원을 비난했다.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크루즈 의원은 되려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면 캠퍼스 내에 무장을 허가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