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LG엔솔 순매수 4조원 돌파…'수급 쏠림' 지속

코스피 전체 순매수액의 3배…삼성전자 등 대형주 팔아 '곳간' 비워
주식시장 '큰 손' 연기금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일부터 순매수한 금액이 누적 4조원을 넘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주축인 투자 주체 '연기금 등'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올해 1월 27일부터 5월 25일까지 약 4개월간 이 종목을 4조58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연기금의 코스피 전체 순매수 금액 1조3천200억원을 3배가량 웃도는 규모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연기금이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도 우위였다는 뜻이다. 연기금은 LG에너지솔루션을 상장일에 2조1천85억원어치 순매수한 이후 매수 우위 기조를 지속했다.

전날을 기준으로 지난달 11일부터 32거래일간 연속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주식 거래가 이뤄진 79거래일 중 연기금이 매도 우위를 보인 날은 7거래일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연기금의 수급 쏠림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1월 27일 이후 연기금이 순매수 2위 종목인 카카오페이를 순매수한 금액은 1천811억원에 그쳤다.

반면 연기금은 코스피 대형주를 팔아 '곳간'을 비웠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일부터 전날까지 삼성전자를 2조원 가까이(1조9천398억원) 순매도했다.

또 우리금융지주(5천413억원), SK하이닉스(3천665억원), SK텔레콤(2천447억원), 네이버(2천411억원) 등의 순매도 금액도 컸다.
이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국내 주식 운용에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삼는 코스피200 지수 내 비중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3월 코스피200에 들어갔다.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육박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담으려면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다른 대형주를 팔 수밖에 없다.

상장 초기 50만원 안팎에서 등락하던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40만원대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 순매수 금액에서 수량(841만9천332주)을 나눠 추산한 연기금의 LG에너지솔루션 평균 매수 단가는 약 47만6천원이다.

25일 종가 42만6천500원을 기준으로는 10%가량 손실권이다.

그래도 연기금이 수급을 지지하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최근 하락장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5월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2.89%, 3.54% 하락하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오히려 2.2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1.48%), SK하이닉스(-4.00%), 삼성바이오로직스(-0.84%), 네이버(-7.16%), 삼성SDI(-3.76%) 등 다른 대형주는 하락장을 피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