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기분 좋은 반등이었는데…엔비디아, 제2의 스냅되나
입력
수정
25일(미 동부 시간) 아침 뉴욕 증시는 전반적으로 조용하게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밤새 중국에서는 베이징에서 더 많은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인근의 톈진은 도심 지역을 폐쇄했습니다. 이에 상승하던 지수 선물은 꺾였습니다.미국에선 오후 2시 미 중앙은행(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발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FOMC가 끝나고 3주 뒤 공개하는 회의록은 지난 10여년 간 대체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회의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 11월 Fed가 긴축 방향으로 전환한 뒤 민감도가 커졌습니다. 지난 12월 FOMC 회의록이 1월 초 공개됐을 때 예상보다 공격적 긴축이 논의됐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폭락을 불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이미 6, 7월 기준금리를 50bp 인상 방침을 투명하게 밝힌 상황이지만, 혹시 예상하지 못한 긴축 논의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개장 전 발표된 4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0.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0.6% 증가)을 소폭 하회하긴 했지만, 기업들이 계속 투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자본 지출 계획에 대해 다시 재고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은 시장을 흔들어온 유통업체에서 나왔습니다. 월마트, 타깃과 달리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예상을 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올해 전망도 상향 조정했습니다. 주가는 14% 폭등했습니다. 월가는 "중상류층은 아직 경기 둔화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딕스스포팅굿스는 뛰어난 1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향후 가이던스는 낮춰 제시했지만, 로렌 호바트 최고경영자(CEO)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지만 아직 사업에 극적인 변화는 없다"라면서 "골프 등 취미 생활이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긍정적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딕스도 9.7% 상승했습니다. 의류업체 익스프레스도 매출 전망치를 상향한 뒤 주가가 6% 이상 뛰었습니다. 야누스 헨더슨의 매트 페론 전략가는 WSJ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또 다른 소매 아마겟돈을 예상했었다. 이제 시장은 유통 주를 중심으로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유통업체가 포함된 임의 소비재 업종은 S&P500 11개 업종 중 가장 높은 2.78% 치솟았습니다.침체 우려 속에 최근 5거래일 동안 4거래일 하락했던 미 국채 금리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2.758%에서 2.760%로 거의 변동하지 않았습니다.투자 심리가 안정되자 매수세가 살아났습니다. 올해 들어 30% 넘게 내린 나스닥의 기술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유입됐습니다. 전날 43% 폭락한 스냅은 10% 이상 반등했습니다. 그동안 급락했던 아마존, 테슬라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오후 2시 발표된 FOMC 회의록은 이런 분위기에 휘발유를 부었습니다.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고,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호재였습니다. 더 매파적 내용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75bp 인상 얘기가 한 줄도 없었고, '모두가 50bp 인상에 동의했다'는 문구가 핵심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회의록의 핵심 메시지는 네 가지입니다.① 모두가 50bp 기준금리 인상이 '다음 몇 차례' 회의에서 적합하다는 데 동의했다
② 참가자들은 보다 중립적 통화정책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제한적인 정책이 적절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③ 다수가 모기지 증권(MBS)의 매각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④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확신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이 위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데 동의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위원 전망은 아니지만, 직원 경제 전망(Staff Economic Outlook)에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예측이 바뀌었는데 내년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며 "이게 맞다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의 말대로 9월부터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회의록의 직원 경제 전망에서는 "2022년 상반기 나타난 공급 제약의 느린 해결, 수입 가격에 대한 더 높은 예상, 임금 인상이 미칠 더 많은 서비스 가격 상승 압력"을 이유로 PCE 물가가 2022년 4.3%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총수요 둔화 및 공급 제약 완화로 수급 불균형이 감소하면서 2023년 2.5%, 2024년 2.1%로 낮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 Fed의 목표인 2.5%까지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회의록에는 "참가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라는 문구도 있습니다.이날 미 의회 예산국(CBO)도 '장기 경제 전망'에서 인플레이션이 2022년까지 지속되지만 2023, 2024년에는 둔화하여 2024년 말까지 Fed의 장기 목표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FOMC 회의록 발표 전까지 애플(0.11%), 마이크로소프트(1.12%)는 약세를 유지했지만 이후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가 5.08% 치솟으면서 반도체주 급등을 이끌었고, 줌(8.48%) 로쿠(7.11%) 코인베이스(9.47%) 등 고평가 기술주도 치솟았습니다. 반면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P&G 머크 킴벌리클라크 맥도널드 등 경기 방어주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51%, S&P500 지수는 0.95% 상승했습니다. 다우는 0.6% 올랐습니다.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나스닥 지수가 30%, 평균적인 S&P500 종목도 30% 떨어졌고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이 22배에서 16.5배로 낮아졌다는 겁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지난 10거래일 동안 4차례나 3900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Fed 긴축 예상 정점'을 지났더라도 인플레이션 지표가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고 여름까지 50bp씩 두 번 기준금리 인상을 남겨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약간의 안도감을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걱정의 물결이 일어나기 쉬운 시장이다. 유동성은 매우 얕고 6월부터는 (양적 긴축으로) 더 잠식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등은 가능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그리고 이날 장이 끝난 뒤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엔비디아와 스노플레이크가 실적 발표에서 가이던스를 낮춘 뒤 시간 외 거래에서 폭락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월요일 시장이 반등한 직후 스냅이 2분기 실적 경고를 내놓아 다음날 화요일 증시가 급락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46% 증가한 82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예상(81억 달러)을 넘었고, 주당순이익(EPS)도 1.36달러로 예상(1.29달러)을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2분기 실적 전망치가 문제였습니다. 2분기 매출이 81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예상치 84억4000만 달러를 하회하는 것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 영향으로 공급망이 경색돼 2분기 매출이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급락으로 그래픽 카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도전적 거시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비용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1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어려운 거시 경제 환경에 대처해 고용 속도를 늦추고 비용을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한 때 10% 이상 폭락했습니다.
스노플레이크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한 4억2240만 달러로 월가 예상(4억1280만 달러)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는 영업 적자를 낼 것 같다고 밝힌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최대 16%까지 급락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선 엔비디아 쇼크(+스노플레이크)가 내일 뉴욕 증시를 끌어내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워낙 투자 심리가 부정적이어서 스냅(시가총액 231억 달러) 같은 작은 회사도 시장을 흔들었는데, 스냅보다 20배나 큰 엔비디아(4250억 달러)라면 더 큰 폭락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지는 않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CNBC는 △엔비디아의 2분기 부진은 예상되어온 것이고 그래서 올해 주가가 5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좋다(3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3% 급증. 월가 예상 36억 달러 상회) △중국과 러시아 위험이 엔비디아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는 아니다 △엔비디아는 업계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고, 스냅은 경쟁사 틱톡 부상으로 어렵다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엔비디아가 스냅과 다를 것으로 봤습니다.
암울한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어둡지만 그렇게 암울하지는 않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는 있지만 과민 반응해서는 안 되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샬럿 CIO는 "팬데믹으로부터 V자형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규모 과열이 발생했기 때문에 지금의 경기 둔화는 수요가 장기 수요 아래로 떨어지는 실제 위축보다는 팬데믹 이전 추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 이유로 ① 여전히 탄탄한 가계의 재정과 견고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수요가 전면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작다 ② 경기 침체는 통상 재고, 생산능력, 신용 등의 과잉으로 발생하는 데 지금은 그런 불균형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샬럿 CIO는 "잠재적 기업 이익 감소와 경기 둔화로 최대 10%의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지만 견실한 소비와 기업 투자로 인한 근본적 순풍을 완전히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이클 멧칼프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좋은 강한 신호를 보인다"며 "경기 침체가 있더라도 상당히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는 "베어마켓이 나타났다고 해서 경기 침체가 반드시 뒤따르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세 번의 S&P500 약세장은 경기 침체가 뒤따랐지만 1987년, 1961년, 1966년 약세장에서는 침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약세장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약세장의 깊이와 길이는 경기 침체의 깊이와 심각성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의 약세장은 2개월도 채 지속되지 않았고 침체도 매우 짧았습니다. 반면 2007~2009년 약세장은 56%나 하락했고, 2008~2009년 심각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선행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심각하거나 길지 않다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후퍼 전략가는 "약세장은 매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주식은 약세장에서 과매도 상태가 될 수 있다. 모든 약세장 이후에는 지수를 새로운 최고치로 끌어올린 회복이 뒤따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침체가 길어지면 주가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후퍼 전략가는 "Fed가 6월부터 양적 긴축을 시작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까운 장래에 더 많은 변동성과 매도세가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곰이 돌아다니는 곳엔 기회가 있지만, 내 뒷마당에 관한 한 나는 문을 잠가 두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밤새 중국에서는 베이징에서 더 많은 감염자가 나왔습니다. 인근의 톈진은 도심 지역을 폐쇄했습니다. 이에 상승하던 지수 선물은 꺾였습니다.미국에선 오후 2시 미 중앙은행(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발표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FOMC가 끝나고 3주 뒤 공개하는 회의록은 지난 10여년 간 대체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회의 직후 성명을 발표하고 Fed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년 11월 Fed가 긴축 방향으로 전환한 뒤 민감도가 커졌습니다. 지난 12월 FOMC 회의록이 1월 초 공개됐을 때 예상보다 공격적 긴축이 논의됐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폭락을 불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제롬 파월 의장이 이미 6, 7월 기준금리를 50bp 인상 방침을 투명하게 밝힌 상황이지만, 혹시 예상하지 못한 긴축 논의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개장 전 발표된 4월 내구재 주문은 전월 대비 0.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0.6% 증가)을 소폭 하회하긴 했지만, 기업들이 계속 투자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이 자본 지출 계획에 대해 다시 재고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반가운 소식은 시장을 흔들어온 유통업체에서 나왔습니다. 월마트, 타깃과 달리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예상을 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올해 전망도 상향 조정했습니다. 주가는 14% 폭등했습니다. 월가는 "중상류층은 아직 경기 둔화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딕스스포팅굿스는 뛰어난 1분기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향후 가이던스는 낮춰 제시했지만, 로렌 호바트 최고경영자(CEO)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문제를 겪고 있지만 아직 사업에 극적인 변화는 없다"라면서 "골프 등 취미 생활이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긍정적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딕스도 9.7% 상승했습니다. 의류업체 익스프레스도 매출 전망치를 상향한 뒤 주가가 6% 이상 뛰었습니다. 야누스 헨더슨의 매트 페론 전략가는 WSJ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또 다른 소매 아마겟돈을 예상했었다. 이제 시장은 유통 주를 중심으로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유통업체가 포함된 임의 소비재 업종은 S&P500 11개 업종 중 가장 높은 2.78% 치솟았습니다.침체 우려 속에 최근 5거래일 동안 4거래일 하락했던 미 국채 금리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2.758%에서 2.760%로 거의 변동하지 않았습니다.투자 심리가 안정되자 매수세가 살아났습니다. 올해 들어 30% 넘게 내린 나스닥의 기술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유입됐습니다. 전날 43% 폭락한 스냅은 10% 이상 반등했습니다. 그동안 급락했던 아마존, 테슬라도 크게 상승했습니다.
오후 2시 발표된 FOMC 회의록은 이런 분위기에 휘발유를 부었습니다.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고, 제롬 파월 의장이 밝힌 내용이었습니다. 그게 호재였습니다. 더 매파적 내용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75bp 인상 얘기가 한 줄도 없었고, '모두가 50bp 인상에 동의했다'는 문구가 핵심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회의록의 핵심 메시지는 네 가지입니다.① 모두가 50bp 기준금리 인상이 '다음 몇 차례' 회의에서 적합하다는 데 동의했다
② 참가자들은 보다 중립적 통화정책으로 신속하게 전환하고, 제한적인 정책이 적절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③ 다수가 모기지 증권(MBS)의 매각을 고려하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④ 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다고 확신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이 위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데 동의했다.
또 다른 월가 관계자는 "위원 전망은 아니지만, 직원 경제 전망(Staff Economic Outlook)에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예측이 바뀌었는데 내년 2%대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며 "이게 맞다면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의 말대로 9월부터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회의록의 직원 경제 전망에서는 "2022년 상반기 나타난 공급 제약의 느린 해결, 수입 가격에 대한 더 높은 예상, 임금 인상이 미칠 더 많은 서비스 가격 상승 압력"을 이유로 PCE 물가가 2022년 4.3%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총수요 둔화 및 공급 제약 완화로 수급 불균형이 감소하면서 2023년 2.5%, 2024년 2.1%로 낮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내년 중 Fed의 목표인 2.5%까지 내려간다는 얘기입니다. 회의록에는 "참가자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라는 문구도 있습니다.이날 미 의회 예산국(CBO)도 '장기 경제 전망'에서 인플레이션이 2022년까지 지속되지만 2023, 2024년에는 둔화하여 2024년 말까지 Fed의 장기 목표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FOMC 회의록 발표 전까지 애플(0.11%), 마이크로소프트(1.12%)는 약세를 유지했지만 이후 플러스로 전환했습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가 5.08% 치솟으면서 반도체주 급등을 이끌었고, 줌(8.48%) 로쿠(7.11%) 코인베이스(9.47%) 등 고평가 기술주도 치솟았습니다. 반면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P&G 머크 킴벌리클라크 맥도널드 등 경기 방어주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결국 나스닥은 1.51%, S&P500 지수는 0.95% 상승했습니다. 다우는 0.6% 올랐습니다.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올해 나스닥 지수가 30%, 평균적인 S&P500 종목도 30% 떨어졌고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이 22배에서 16.5배로 낮아졌다는 겁니다. 그는 S&P500 지수가 지난 10거래일 동안 4차례나 3900 밑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회복됐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다만 "'Fed 긴축 예상 정점'을 지났더라도 인플레이션 지표가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고 여름까지 50bp씩 두 번 기준금리 인상을 남겨놓고 있다. 단기적으로 약간의 안도감을 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걱정의 물결이 일어나기 쉬운 시장이다. 유동성은 매우 얕고 6월부터는 (양적 긴축으로) 더 잠식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등은 가능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그리고 이날 장이 끝난 뒤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엔비디아와 스노플레이크가 실적 발표에서 가이던스를 낮춘 뒤 시간 외 거래에서 폭락한 것입니다. 이는 지난 월요일 시장이 반등한 직후 스냅이 2분기 실적 경고를 내놓아 다음날 화요일 증시가 급락했던 상황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엔비디아의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46% 증가한 82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예상(81억 달러)을 넘었고, 주당순이익(EPS)도 1.36달러로 예상(1.29달러)을 상회했습니다. 하지만 2분기 실적 전망치가 문제였습니다. 2분기 매출이 81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예상치 84억4000만 달러를 하회하는 것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 영향으로 공급망이 경색돼 2분기 매출이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급락으로 그래픽 카드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도 지적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도전적 거시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의 1분기 비용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16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콜렛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콘퍼런스콜에서 "어려운 거시 경제 환경에 대처해 고용 속도를 늦추고 비용을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는 한 때 10% 이상 폭락했습니다.
스노플레이크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한 4억2240만 달러로 월가 예상(4억1280만 달러)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하지만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는 영업 적자를 낼 것 같다고 밝힌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최대 16%까지 급락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선 엔비디아 쇼크(+스노플레이크)가 내일 뉴욕 증시를 끌어내릴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워낙 투자 심리가 부정적이어서 스냅(시가총액 231억 달러) 같은 작은 회사도 시장을 흔들었는데, 스냅보다 20배나 큰 엔비디아(4250억 달러)라면 더 큰 폭락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금으로선 그렇게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지는 않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CNBC는 △엔비디아의 2분기 부진은 예상되어온 것이고 그래서 올해 주가가 5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좋다(37억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3% 급증. 월가 예상 36억 달러 상회) △중국과 러시아 위험이 엔비디아 주식을 팔아야 할 이유는 아니다 △엔비디아는 업계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고, 스냅은 경쟁사 틱톡 부상으로 어렵다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엔비디아가 스냅과 다를 것으로 봤습니다.
암울한 전망이 많습니다. 다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어둡지만 그렇게 암울하지는 않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경제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는 있지만 과민 반응해서는 안 되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샬럿 CIO는 "팬데믹으로부터 V자형으로 회복하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규모 과열이 발생했기 때문에 지금의 경기 둔화는 수요가 장기 수요 아래로 떨어지는 실제 위축보다는 팬데믹 이전 추세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 높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 이유로 ① 여전히 탄탄한 가계의 재정과 견고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수요가 전면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작다 ② 경기 침체는 통상 재고, 생산능력, 신용 등의 과잉으로 발생하는 데 지금은 그런 불균형이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샬럿 CIO는 "잠재적 기업 이익 감소와 경기 둔화로 최대 10%의 주가 하락이 발생할 수 있지만 견실한 소비와 기업 투자로 인한 근본적 순풍을 완전히 뒤집을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마이클 멧칼프 글로벌 거시 전략가는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좋은 강한 신호를 보인다"며 "경기 침체가 있더라도 상당히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는 "베어마켓이 나타났다고 해서 경기 침체가 반드시 뒤따르는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세 번의 S&P500 약세장은 경기 침체가 뒤따랐지만 1987년, 1961년, 1966년 약세장에서는 침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부분의 약세장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약세장의 깊이와 길이는 경기 침체의 깊이와 심각성과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예를 들어, 2020년의 약세장은 2개월도 채 지속되지 않았고 침체도 매우 짧았습니다. 반면 2007~2009년 약세장은 56%나 하락했고, 2008~2009년 심각한 글로벌 경기 침체를 선행했습니다. 만약 이번에 침체가 발생하더라도 심각하거나 길지 않다면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후퍼 전략가는 "약세장은 매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주식은 약세장에서 과매도 상태가 될 수 있다. 모든 약세장 이후에는 지수를 새로운 최고치로 끌어올린 회복이 뒤따랐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침체가 길어지면 주가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후퍼 전략가는 "Fed가 6월부터 양적 긴축을 시작할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까운 장래에 더 많은 변동성과 매도세가 발생할 수 있다"라면서 "곰이 돌아다니는 곳엔 기회가 있지만, 내 뒷마당에 관한 한 나는 문을 잠가 두겠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