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디지털·고객 경험' 두 마리 토끼 잡은 비결

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테트리스 게임처럼 원하는 공간 만드는 ‘H시리즈’
힐링, 건강, 공유, 소통, 친환경 등 H시리즈 총 39건
입주민 전용 ‘디에이치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 론칭
디에이치 라클라스
최근 3년간 현대건설은 주택 부문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5조4179억원이었던 주택 부문 수주 실적은 2020년 8조6211억원, 작년 12조4027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대비 작년 성장률이 129%에 이른다.

이처럼 압도적 주택 수주 실적에는 브랜드 마케팅 활동을 활발히 펼친 점이 큰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수주를 위해선 사업 조건과 시공 조건이 잘 맞아야 하지만 브랜드 마케팅도 중요하게 역할한다. 고객들이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 브랜드에 관심을 두게 하고, 그들에게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기에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할 때는 정비사업 조합과 시행사로부터 연락이 올 때다. 작년에만 총 216건, 월평균 18건의 사업지 의뢰 검토를 진행했다. 공동 주택 브랜드로서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가 고객의 인식에 확실히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마케팅팀 내 사업지 조사 파트에서는 사업주 의뢰에 대해 입지 및 자산 가치 평가를 심도 있게 진행하고 있다.

상황 1 급변하는 주거 문화 트렌드
도전 1 레거시 기반, 새 패러다임 선보여

1947년 출범한 현대건설은 한국 경제성장의 주역이자 건설 산업의 글로벌화를 주도해온 건설사다. 오랜 기간 다양한 건축실적을 통해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술력과 품질 관리 능력을 갖췄다. 현대건설은 1962년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아파트를 공급했다. Y자형 아파트 6개동, 판상형 아파트 4개동을 지었는데 판상형 아파트는 지금도 아파트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인 형태다.

1976년에는 강남 최초 고급 중대형 아파트인 압구정 아파트를 공급했다. 15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를 건립하기 위해 당시에 없던 새로운 설계, 구조, 시공 기술을 총동원했다. 여기에 화장실 2개를 제공하는 평면설계는 그때까지 소비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혁신이었다.

하지만 판상형 아파트와 화장실 2개 평면이 이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듯 현대건설이 주거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선 변화를 계속 시도해야 했다. 현대건설은 2011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인수된 후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이치를 시대 변화에 맞추도록 개선했다.2019년 6월 준공한 인천 송도동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는 현대건설이 오랜 연구로 개발한 기술과 공법으로 실현한 국내 최초 고층형 제로에너지 공동주택이다. 패시브 기술, 액티브 기술, 신재생에너지 등을 접목해 주거 공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강남 최초 통합형 커뮤니티, 강남 도심 최초 빌라형 테라스하우스, 입주민 전용 모바일 플랫폼 적용 등 최초, 최대, 유일의 프리미엄 공간을 선보였다. 고객들에게 ‘조금 나은’이 아닌 ‘새로운 차원의’ 주거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황 2 주거 브랜드 고급화 니즈 확대
도전 2 힐스테이트·디에이치 듀얼 브랜드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성장함에 따라 고객층이 세분화됐다. 주거상품도 차별화된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고자 현대건설은 홈타운, 하이페리온, 하이엘 등으로 사용하던 브랜드를 통합해 2006년 9월 주거상품 브랜드 ‘힐스테이트’를 론칭했다. 브랜드 아파트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를 선보인 이후 16만여가구를 공급했다. 새로운 주거형태인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공급하면서 현대건설의 대표 주거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힐스테이트가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2010년 이후 주거 시장에 브랜드 고급화가 요구되면서 현대건설은 2015년 4월 프리미엄 주거 브랜드 디에이치를 론칭했다. 초기에는 고객 인지도 확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서울 반포 1,2,4주구와 한남 3구역 정비 사업을 수주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

특히 디에이치 브랜드로 최초 수주해 작년 6월 입주한 디에이치 라클라스는 입주자 사전점검 행사 이후 일반분양자협의회가 감사 현수막을 걸어 높은 만족도를 드러낸 현장이다. 갈등이 빈번한 재건축 사업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엄격한 기준의 품질관리를 지속하는 게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라고 본다.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지속하고 세심한 관리와 고객과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상황 3 디지털화·고객 경험 확대가 화두
도전 3 테트리스하듯 ‘H시리즈’ 적용

국내외를 막론하고 마케팅과 관련해 중요한 화두는 디지털과 고객 경험이다. 2018년 현대건설은 이런 상품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H 시리즈’를 시작했다.

H 시리즈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자신이 원하는 공간에 다양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예컨대 반려견이 있는 고객이라면 H 클린현관을 선택해 현관에서 손을 씻고, 먼지를 털고 신발과 외투를 소독하고 거실로 들어갈 수 있다. 그 외 힐링, 건강, 위생, 공유, 소통, 친환경 등 다양한 니즈에 부응하는 H시리즈가 총 39건 개발 완료됐다.

코로나19 이후 라이프스타일이 변화하면서 단순한 주거 공간 제공을 넘어 주거생활에서 고객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토탈 라이프 케어’를 목표로 한다. 작년 11월 론칭한 디에이치 입주민 전용 ‘디에이치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대면 주거서비스가 중심이었다면 이 플랫폼은 비대면 주거서비스가 중심이다.

입주민들은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해 생활 지원센터 공지사항, 전자투표, 주민 설문, 커뮤니티 시설 예약 및 결제 외에도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집 안 청소와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디에이치 아너힐즈, 디에이치 포레센트, 디에이치 자이 개포, 디에이치 라클라스 등에 적용돼 입주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고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고객이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 브랜드 선택에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입지 분석, 부동산 자산 평가, 설계 과정에서 고객에게 어떻게 새로운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고,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객들의 브랜드 선택에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디에이치와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이미지 및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2019년 힐스테이트는 영문이었던 브랜드 디자인을 국문으로, 색상은 와인 컬러로 단일화했다. 현대건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힐스 캐스팅’을 운영하며 고객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2020년 11월 구독자 수 10만명을 돌파해 실버버튼을 획득했고 현재 17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홈페이지 전면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브랜드 트레킹 조사를 통해 브랜드 지표와 이미지 추이를 분석해 전략을 짜는데 활용한다. 입주민 대상으로 주거 만족도 조사와 상품 최적화 조사, 견본주택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한 상품 만족도 조사를 시행하며 이를 바탕으로 상품 개선에 반영한다. 분양에서 준공, 입주까지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며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비즈니스의 성장과 함께 자사 브랜드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기존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새로운 제품 라인을 추가할까? 아니면 새로운 브랜드를 하나 더 출시할까? 이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 개발(Brand Development)” 전략으로 크게 네 가지 대안이 있다.

첫번째는 “라인확장(Line extension) 전략”이다. 이는 기존 브랜드 제품에 새로운 제품 라인을 추가하는 전략이다(ex. 코카콜라 레몬맛). 두번째는 “브랜드확장(Brand extension) 전략”이다. 이는 기존 브랜드 이름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에 진입하는 전략이다(ex. 카카오 스크린골프).

세번째는 “멀티브랜드(Mutibrands) 전략”이다. 이는 기존 제품 카테고리에 새로운 브랜드를 또 출시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화장품 제품군 안에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헤라, 에뛰드 등 수많은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P&G도 한 제품 카테고리 내에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지막은 “새로운 브랜드(New brands) 전략”이다. 이는 말 그대로 새로운 제품군에 새로운 브랜드로 진출하는 전략이다.

사례에 소개된 현대건설의 경우 멀티브랜드 전략에 해당한다. 아파트라는 같은 제품군에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라는 두 개의 브랜드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멀티 브랜드는 서로 다른 니즈를 가진 고객 세그먼트에 차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라인확장의 경우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는 반면, 멀티브랜드의 경우 어차피 다른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욱 공격적으로 브랜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멀티브랜드는 하나의 기업이 다양한 브랜드를 운영하는 만큼 모든 비용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 브랜드별로 광고도 따로 만들어야 하고, 마케팅 인력과 자원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또한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 없이 무분별하게 브랜드를 추가할 경우 자칫 모든 고객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특별히 본 사례에 소개된 아파트의 경우 매우 비싸고 중요한 고관여 제품군에 속한다. 화장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값싸고 평범한 이미지라도 기능이 좋은 브랜드를 선택하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재산과 관련된 아파트의 경우 싸고 평범한 이미지의 브랜드를 좋아하는 고객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 건설사들이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출시할 때마다 기존 브랜드를 선택한 고객의 불만이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파트 브랜드 마케터의 경우 서로 다른 멀티브랜드의 특장점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과업이 될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사는(Buying) 집이 아니라 사는(Living) 집이어야 한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집을 투자나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식처로 여기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왕 집을 산다면 집값이 오를 집을 사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하우스푸어’, ‘벼락거지’처럼 집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을, 좌절을 안겨주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매수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다시는 넘볼 수 없는 가격으로 뛰어버린 아파트를 본 사람이라면 ‘사는(Living) 집’은 그저 교과서적인 말로 들릴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앞다퉈 내세우고 있는 ‘아파트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먼저 ‘사는(Living) 집’이란 점에서는 “우리 브랜드 아파트는 고객 여러분이 편리하고 고급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게 해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현대건설이 39건의 ‘H시리즈’를 선보이고, ‘디에이치 모바일 서비스 플랫폼’으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런 예다.

다른 아파트 브랜드보다 더 편리하고, 더 고급스럽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사는(Buying) 집’ 측면에서도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더 좋은 집이니 나중에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2004년에서 2016년까지 아파트 가격을 분석해, 대형 민간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는 여타 아파트 보다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민간건설사 브랜드는 가격 상승에는 기여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브랜드에 따라 아파트의 이미지가 더 고급스럽게 느껴지고, 매매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달리 아파트 가격에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아파트 마케터의 노력은 ‘사는(Buying) 집’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입지(location)’라는 말이 있다. 아파트 마케터의 고군분투가 ‘사는(Living) 집’ 측면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면, 해당 아파트 브랜드가 더 나은 입지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한계도 마케터가 충분히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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