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가저축기금 2019년 이어 폐지 권고…국민연금은 3년째 '양호'

사진=연합뉴스
농민들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1976년 만들어진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농어가저축기금이 2019년에 이어 다시 폐지 권고를 받았다. 연간 240만원에 불과한 낮은 저축한도와 수익률로 농민의 실질적인 재산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여성가족부가 관리하는 양성평등기금과 청소년육성기금도 통합 운영을 권고 받았다.

기획재정부는 민간전문가 36명으로 구성된 기금평가단이 실시한 '2022년 기금평가' 결과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내 68개 기금은 모두 기금운용성과와 존치타당성 등을 평가 받아야 한다. 올해는 국민연금 등 33개 기금이 자산운용평가를, 주택도시기금 등 18개 기금이 존치평가를 받았다.평가단은 33개 기금의 자산운용 실적(계량)과 운용체계·전략(비계량)을 평가해 14개 기금에 '우수' 이상 등급을 줬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기금과 공무원연금기금 등 5개 기금은 가장 높은 등급인 '탁월' 등급을 받았다. 고용보험기금과 군인연금기금 등 9개 기금은 '우수' 등급을,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16개 기금에는 '양호' 등급을 받았다. 국제질병퇴치기금에는 '보통' 등급을, 농어가저축기금은 최하 등급인 '아주 미흡' 등급을 받았다.

정부는 기금평가에서 탁월 또는 미흡 이하 평가를 받은 기금의 운영비에 ±0.5%포인트의 차등을 두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인 17개 기금에 대해선 자산운용부문 평점을 경영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기금 규모가 900조원이 넘어설 정도로 타 기금과 차이가 커 2017년부터 별도 평가를 받는 국민연금기금은 3년 연속 '양호'등급을 받았다. 33개 평가 대상 기금 가운데 절반인 16개가 양호 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통 수준의 평가를 받은 셈이다. 평가단은 국민연금이 지난해 연간 운용수익률이 10.86%로 전년(9.58%)보다 상승하고 해외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자산운용의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비교 대상인 캐나다 CPPIB, 미국 CalPERS, 네덜란드 ABP를 포함한 5개 연기금과 비교해선 성과가 적었다는 게 평가단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력 규모나 예산 등 정량적으로나 독립성 보장과 같은 정성적 측면 모두 해외 연기금에 비해 열세에 있는 국민연금의 낸 성과가 구조적으로 평가 절하되고 있다"며 "평가 기준이 다른 만큼 보상 체제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금 존치평가에선 18개 기금의 존치 타당성, 사업 적정성 등을 살펴봤다. 평가단은 농어가저축기금에 대해선 '폐지' 권고를 냈다. 평가단은 2019년에 이 기금에 대해 폐지 권고를 냈으나 관련 단체들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질적인 재산 형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단년도 예산으로 당해 지출을 충당하는 운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평가단은 필요시 저소득 농어민의 재산형성 및 소득창출 실효성이 높은 대체사업을 발굴을 것을 제안했다.지역신문발전기금에 대해선 언론진흥기금과 사업내용 및 지원대상 등을 차별화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 조건부 존치 권고 의견을 냈다. 양성평등기금과 청소년육성기금은 통합 의견을 제시했다. 두 기금 모두 관리주체가 여성가족부이고 주요 재원이 복권기금 전입금이며 사업 내용과 대상간 연계성이 높은 점을 고려한 조치다.

그 외 사업 적정성 평가에선 18개 기금 421개 사업 중 31개 사업에 대해 폐지·개선을 권고했다. 올해 개선 권고 비율은 7.4%로 지난해(5.1%)에 비해 높아졌다. 수산발전기금 등 여유자금이 과도하게 많다고 판단된 4개 기금에 대해선 공자지금 예탁 확대를 권고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