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우주시대 갈길 제시한 '스트롱코리아'

중고생 포함 500여 명 몰려
누리호 이후에도 관심 이어져야

김진원 중기과학부 기자
지난 2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2’ 휴식 시간. 중학교 교복을 입은 앳돼 보이는 소년이 서둘러 발표장 앞줄 의자로 자리를 옮겼다. ‘우주 경제 빅뱅:호모스페이시언의 도전’ 글귀를 배경으로 자세를 잡자 동행한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우주처럼 짙은 남색과 보라색이 섞인 배경 사이로 별처럼 점점이 흐르던 조명이 이들을 비췄다.

5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우주 산업의 ‘오늘’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우주 개척의 ‘내일’을 향한 꿈과 기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울 강동구의 한 중학교에서 온 15세 학생부터 충남과 대구에 있는 과학고 학생 등 미래 산업을 책임질 20여 명의 청소년이 현장을 찾았다.첨단 로켓과 위성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내용이 다뤄졌지만, 자발적 참석자들이 보인 열의는 기술장벽을 뛰어넘을 정도로 뜨거웠다. 후드티에 백팩을 둘러멘 로켓 스타트업 대표와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견 제조업체 대표가 나란히 앉아 귀를 기울였다. 제복을 입은 군 관계자, 정장 차림의 항공우주 관련 종사자가 몰리면서 청중석이 가득 찼고, 서둘러 마련한 100여 석의 임시 의자도 동이 났다.

현장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이미 로켓과 인공위성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촘촘한 위성망이 없었다면 손흥민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등극 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고,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을 손바닥 보듯 살펴보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대 산업을 이끄는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기술은 우주 개발 과정에서 얻은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주 산업은 우리의 삶 속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지만 아직 한국 사회의 관심과 투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지난해 한국의 우주 산업 예산은 8615억원으로 매년 63조원과 16조2000억원 이상 투자하는 미국과 유럽에 비교하기 어렵다. 하지만 더는 주저할 수 없다. 세계 우주 기업의 가치는 2030년 1경2645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한국도 본격적으로 우주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다음달 15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2차 발사가 예정돼 있다. 누리호가 궤도에 안착하면 한국은 1t급 이상 실용위성을 궤도에 올린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 오는 8월에는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가 152일의 긴 여정을 떠난다.

이번 ‘스트롱코리아 포럼 2022’가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의 ‘빅뱅’을 부르는 기폭제가 됐기를 바란다. 현장을 방문한 학생들이 한국 최초 유인 우주탐사선에 탑승하는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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