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위험 크다…연말 금리 年2.25~2.5% 예상은 합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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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0.25%P 올려 年 1.75%
15년 만에 두달 연속 금리인상
李총재 "당분간 물가 5%대 전망
통화정책은 인플레 관리에 중점"
연내 금리 2~3차례 추가인상 시사
韓·美간 금리역전 용인도 내비쳐
"한국상황 볼 때 감내할 수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가 끝나기 직전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기자들과 40여 분간의 질의응답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연신 언급한 이 총재가 “간담회를 끝내기 전 한마디 더 하겠다”며 재차 강조한 말이다.
‘매파 본색’ 내비친 이창용
취임 후 처음으로 금통위 의사봉을 잡은 이 총재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낸 것은 국내 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경제 주체의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확산돼 실제 물가를 더욱 자극할 조짐이 보이는 것도 문제다.
“곡물 가격, 인플레 뇌관 될 수도”
이 총재는 앞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국제 곡물 가격을 꼽았다. 지금까지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 유가가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측면이 컸다. 최근에는 전쟁 여파에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 공급망 차질에 따른 식량 부족 사태로 각국의 곡물 수출 금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이 총재는 “곡물은 경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한 번 가격이 올라가면 상당한 정도로 지속된다”며 “식료품과 관련된 여러 품목의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당분간 국내 물가상승률이 5%대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물가 위험을 더 걱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놔
이 총재는 향후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숨기지 않았다. 이 총재는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크게 높아졌다”며 “시장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연 2.25~2.5%로 보고 있는 건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남은 7·8·10·11월 금통위에서 최소 두 번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 이 총재는 “현재 금리를 중립 금리(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기준금리) 수준으로 수렴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도 했다. 다만 구체적인 중립 금리 수준은 밝히지 않았다.이 총재는 그러나 여전히 한·미 간 금리 역전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만약 미국 중앙은행(Fed)이 6·7월 빅스텝을 단행하면, 7월에는 한·미 간 금리가 역전된다. 이 총재는 “한국의 상황을 볼 때 (금리 역전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의 빅스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원론적 의미”라며 “특정 시점에 빅스텝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