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자 건강검진 법제화?…건강검진기본법 논란 [세상에 이런 법이]

코로나19 감염자 건강검진 강제화 논란
국회입법예고에 의견 8106개 달려

전문가들 "개인의 자유 침해 소지 커"
입법 취지와 달리 국가가 강제할 수 있어

최 의원실 "코로나19 후유증 대처하기 위한 것"
"건강검진 강제할 의도 없다" 해명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민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질병관리청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감염병에 대하여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할 수 있다."

지난 12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검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자 국회입법예고시스템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이 아니냐'는 의견이 수천 개나 달렸다. 2주간 해당 법안에 달린 의견은 8106개로, 대부분 법안 통과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다.최 의원이 이 법안의 법적 근거를 설정하기 위해 함께 발의한,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달린 의견도 9442개나 된다.
국회입법예고에서 최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에 대한 의견이 9442개 달렸다.
한 작성자는 "국가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 정도가 아니라, 기가 막힌 ‘빅 브라더’ 사회를 만들 참인가. 개인 건강은 개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작성자도 "개인의 건강은 개인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며 "악용될 소지가 있어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다만 최 의원실 측은 "코로나19 감염자의 후유증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최 의원은 법안에서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치료 및 격리기간 경과 후에 호흡기 증상, 건망증, 탈모, 월경주기 변경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19 감염병 병력이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상당수인 점을 고려하면 이런 증상과 관련한 지속적인 연구와 예방을 할 수 있도록 감염병 병력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개인의 자유 침해 소지 커"

하지만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입법 취지는 그렇지 않더라도 결국 국가가 감염병 병력이 있는 개인에게 건강검진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건강검진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내용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법의 조항대로라면 국가가 감염병 병력이 있는 개인에게 건강검진을 강제할 수 있고 개인은 이에 따라야 한다"며 "법안의 본래 취지가 건강검진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이를) 가능하도록 법조문을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나 백신패스 도입 논란과는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백신 의무 접종이나 백신패스 도입의 경우 공익을 위한다는 논리가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면서 "하지만 건강검진을 강제하는 것은 건강검진을 안 한다고 해서 질병을 옮기거나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으로 ①포괄적 위임 입법 소지 ②강제성 ③구체성 미비를 꼽았다.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제3항에 따르면 "제2항에 따른 병력이 있는 사람의 범위, 건강진단의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보건복지부에 권한을 넘기는 포괄적 위임 입법이 되지 않도록 법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괄적 위임 입법이란 법률에서 그 내용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행정 기관에 입법권을 위임하는 일을 말한다.

그러면서 "법안이 강제성을 갖기보다는 건강진단을 권유하고 사람들이 이제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선택권을 주도록 '건강진단을 실시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건강진단을 권유할 수 있다' 정도로 수정되는 게 좋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안은 건강진단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지 그다음은 없다"며 "진단을 하고 그 진단 결과에 따라서 방역 대책을 수립하거나 아니면 어떠한 단계를 밟겠다는 내용 없이 그냥 진단만 하겠다고 하면 대상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실 "건강검진 강제할 의도 없어"

최 의원실 측은 "국가건강검진처럼 필요한 사람들에게 검진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 강제로 건강검진을 시킬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 감염자들이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 비용이 많이 드는 등 개인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건강검진을 지원하겠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실 측은 "현재 국가건강검진의 수검률이 70% 수준"이라며 "국가건강검진도 개인이 선택해서 받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이) 건강검진을 강제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건강검진에서 코로나19 관련 항목을 추가하는 방법 등 법안에서 건강진단에 대한 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에서는 디테일한 항목까지 담기는 어렵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보건복지부 등에서 고시를 통해 어떠한 검진을 할 것이고 방법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