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크라 "러시아 본토 정밀 타격 검토 중"

미-우크라, 러시아 본토 직접 타격 논의
확전 우려 속 무기 지원 확장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내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고도화된 무기를 제공하며 전투력이 증강돼서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는 미국 국무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정밀 타격할 때 확전 위험성에 대해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미사일 등으로 러시아 시설을 타격했을 때 고조되는 위험 시나리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회담에 참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타격 후 발생할 위험에 염려가 큰 편이지만, 우크라이나군을 구속하진 않을 것”이라며 “제공한 무기를 사용할 때 지정학적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서방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영토 내 주요 시설을 포격해도 된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때 사용 범위와 관련한 명시적인 지리적 제한을 두지 않아 확전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장기간 러시아군에 맞서는 형세를 취하자 서방국가의 태도가 달라졌다. 지난 2월 개전 초기 러시아군의 압승이 예상됐다. 한 달 내로 항복할 거란 미국 정보당국의 예측과 달리 러시아군에 장기간 맞섰다. 전황이 달라지자 미국도 지원을 늘렸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군에 155㎜ M777 곡사포 90여문을 제공하는 등 장거리 무기 지원 의지가 확고해졌다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M142 고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까지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마크도 우크라이나에 순항 미사일인 하푼 미사일과 발사대를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서방 국가들도 잇따라 지원 규모를 확장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을 의식한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에 경고장을 날렸다. 무기 지원을 중단하라는 것.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서방국가 무기는 우리 영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며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이게 뭘 의미하는지 이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본토가 공격당하면 확전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외교부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건 결국 확전 가능성을 높이는 조치”라고 선언했다.미국 정보 당국도 러시아의 경고를 염려하는 분위기다. 에이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실(DNI) 실장은 지난 10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욕과 러시아 군사력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위험이 증대될 거라고 분석했다. 당시 그는 “앞으로 몇 달간 전쟁이 잠재적으로 더 악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와의 대리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미국 당국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방부 지휘관들은 지속해서 우크라이나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전투에서 정밀타격할 수 있도록 주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이 직접 전쟁을 치르진 않지만, 정보전(戰)을 하는 형국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