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변함없는 강원도 챙기기…방역용품 따로 보냈다

특정지역 지원 황해남도 이어 두 번째…개인적 애정 반영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인연이 각별한 강원도를 집중 지원해 눈길을 끈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당 중앙위원회 일꾼(간부)과 그 가족들이 지난 25∼26일 강원도 인민들에게 비상방역에 필요한 의약품과 식료품, 생활용품 등을 보냈다고 밝혔다.

중앙통신은 "악성 전염병으로부터 인민의 생명 안전과 행복을 수호하기 위한 방역대전을 진두지휘하시는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뜻을 받들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강원도 원산시와 안변군, 김화군, 금강군 주민들은 지원 물자를 받고 감격했으며, 당 중앙위 간부들은 강원도 간부들에게 "인민 보위의 방탄벽이 되어달라"고 주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평양조차 의약품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지역을 콕 집어 지원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황해남도에 신속히 방역용품을 보내라고 지시한 바 있지만, 황해남도는 북한 식량 대부분을 책임지는 최대 곡창지대로 모내기 철을 맞아 원활한 노동력 투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공개한 20일 오후 6시 기준 지역별 발열 환자 현황을 보면 강원도의 일일 환자 규모는 1만명 대로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건 아니다. 또 강원도는 당장 농업생산 기여도가 그만큼 크지는 않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에는 김 위원장 개인의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약 2년간 원산 소재 초대소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로 거론되던 김 위원장이 아버지를 수행한 기록이 문서로 처음 발견된 곳도, 그의 정확한 이름이 확인된 곳도 역시 원산이다. 김 위원장은 2020년 봄 공개 활동을 멈춰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는데, 사실 원산에 머무르며 야외활동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강원도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발전의 역점 지역이자 자력자강을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식령스키장과 원산관광지역, 원산군민발전소 등 김정은 체제의 경제 정책을 상징하는 주요시설은 모두 강원도에 자리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12월 원산 군민발전소 시찰 당시 '강원도 정신'이라는 표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2019년 4월 자력갱생 경제건설 노선 결의대회 역시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열렸다.

2020년 9월 강원도 김화군이 수해를 입었을 때는 몸소 현장으로 달려가 주택 복구 및 신축 상황을 챙겼다.

이 같은 흐름 속에 강원도를 이끄는 당 간부들도 약진하고 있다.

박정남 전 강원도당위원장은 2018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수행한 데 이어 2021년 1월 당 부장으로 선거됐다. 요직 중 요직인 군 총정치국장을 지낸 김수길이 지난해 강원도당위원회 책임비서로 자리를 옮겼으며, 그는 이달 고(故)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국가장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해 중앙무대에서 여전한 입지를 보여줬다.

/연합뉴스